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가 9월초 중국을 방문한다.
日中(일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이번 방중에 앞서 하시모토 총리가 과연 일본이 과거 중국대륙을 침략한 비극의 상징인 「남경(南京)대학살」현장을 방문할는지가 큰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그는 방문지를 구 만주지역이었던 심양(瀋陽)과 대련(大連)으로 바꿨다.
그가 남경 방문을 그만둔 것은 「대학살」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중일간의 민감한 논쟁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심산을 깔고 있다.
패전후 도쿄(東京)에서 벌어진 극동군사재판에서 관련자들이 교수형 등을 받은 이 사건은 발발된지 6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사건의 진상과 학살자 수(중국 주장 43만명)를 놓고 일본측은 중국측의 얘기처럼 「형편없이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며 둘러대고 있다.
중국은 이사건이 외국으로부터 받은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절대로 용서할 수도, 잊을 수도 없다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하에서 총리가 남경을 방문할 경우 양국간에는 역사 인식을 둘러싸고 한차례 마찰을 피할 수 없으며 총리는 사과발언을 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변경된 방문지인 심양이나 대련도 일본으로서는 과거사와 관련해 슬며시 피해가기 어려운 역사적 사건이 얽혀 있는 곳이다.
심양에는 일제가 만주를 집어삼키기 위해 1931년 9월 18일 일으킨 만주사변의 발단이 된 류조코사건과 관련된 「9.18사변박물관」이 있다.
일본은 자국인 보호 명목을 내세워 이 사건을 일으킨 뒤 「만주국」을 세웠으며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지 못하자 국제연맹을 탈퇴해 제국주의 침략의 길로 치달았다.
일 총리의 방중을 앞두고 상해 등지에서는 과거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배상을 두고 국민투표를 벌여야한다는 시민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시모토 총리가 제국주의시절 저지른 만행을 어느 정도 사과할지 관심사이다.
〈동경〓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