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주류-TK 충돌…野후보단일화 시기놓고 감정대립

  • 입력 1997년 5월 22일 20시 00분


야권후보 단일화시기를 둘러싼 자민련 내부의 갈등이 주류측과 TK(대구 경북)간의 극심한 내홍(內訌)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22일 자민련 당무회의에서 주류측은 「TK의 반기(叛起)」를 주도하고 있는 朴哲彦(박철언)부총재를 겨냥, 『미꾸라지 한마리가 도랑물을 흐린다』고 격렬히 비난하는 등 격돌을 벌였다. 그동안 박부총재는 『국민회의가 내각제를 먼저 수용해야 단일화협상을 할 수 있다』며 단일화협상을 늦추고 있는 당의 방침에 강력히 반발해 왔고 주류측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박부총재가 『양김(金) 놀이에 더이상 쫓아만 갈 수 없다』고 탈당가능성까지 내비친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주류측은 이날 회의에서 일제히 박부총재를 성토했다. 李台燮(이태섭) 鄭相千(정상천)부총재 金顯煜(김현욱)의원 등은 『개인의사가 당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그렇게 말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박부총재는 『후보단일화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고언과 충정을 표현한 것인데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조기에 단일화협상을 해야 한다는 평소의 주장은 꺾지 않았다. 회의분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金鍾泌(김종필)총재가 직접 나섰다. 김총재는 박부총재에게 『나와 무슨 감정이 있느냐』 『탈당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부총재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김총재는 『제삼자가 추측하거나 억측할 수 있는 언행은 삼가줬으면 좋겠다』면서 서둘러 회의를 마쳤다. 이날 격돌은 일단 「미봉」은 됐지만 주류측과 TK세력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일부 TK의원들이 박부총재의 주장에 동조하며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TK의 좌장격인 朴浚圭(박준규)최고고문은 이미 자민련과의 인연을 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맞서 주류측에서도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이날 아침 金龍煥(김용환)사무총장 李東馥(이동복)총재비서실장 등은 김총재의 청구동 자택에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박부총재를 「해당행위」로 징계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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