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규제 토론회]전경련 「대선자금」 냉담

  • 입력 1997년 5월 16일 20시 24분


『줄 돈도 없거니와 돈주고도 법정에 설 바에야 차라리 밉게 보이는 편이 낫겠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재계는 「난데없이」 이처럼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정치권에 눌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재계의 총본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정치자금을 줄이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여는 한편 재벌총수들이 참석한 정례 회장단회의에서 정치자금 규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92년 대선 때만해도 재벌 총수들은 돈보따리를 들고 대선후보를 찾아다녔으나 올연말 대선에 대한 이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공식적으로 단 한번도 정치자금 규제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던 전경련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돈줄이 바닥났고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비자금사건에 데었기 때문. 孔柄淏(공병호)자유기업센터소장은 『불황으로 재벌의 존립자체가 위협받는 마당에 천문학적 규모의 대선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작년 30대 재벌그룹중 쌍용 한화 등 13개 그룹이 적자를 기록했으며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95년(3.6%)의 3분의1에도 못미치는 1.0%에 그쳤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은 재벌총수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며 『이 사건이후 「돈을 줬다가는 다음 정권에서 언제 어떤 식으로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재벌사이에 번지게 됐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오는 27일 한국유권자운동연합과 공동으로 바른 선거문화정착을 위한 2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민운동단체와 연대, 정치자금을 줄이기 위한 각종 캠페인과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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