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선자금 고민]갈수록 만신창이…말잃은 YS

  • 입력 1997년 5월 7일 20시 01분


청와대의 무력감이 갈수록 깊어지는 듯하다. 金賢哲(김현철)씨의 사법처리를 「한보터널의 끝」으로 상정하고 지난주부터 정국타개책 마련에 골몰해온 청와대는 이번주 들어 잇따라 터져나온 대선잉여금,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盧泰愚(노태우)비자금」수수 문제 등으로 다시 당혹감에 빠진 모습이다. 청와대는 당초 「대선잔여금 문제는 수사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7일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을 검찰이 건드려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킨다며 불만스러위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예상밖으로 불거진 대선잔여금 문제가 정국해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현실은 답답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은 지난주 각 수석실에 정국해법의 밑그림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수석실은 △한보사태에 관한 사과 △부패구조의 척결방안 △돈안드는 선거를 위한 제도개선 등 「미래지향적 해법」을 검토중이다. 또 일각에서는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선출 이후 총재직을 사퇴하는 방안과 중립내각 구성 방안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핵심현안인 대선자금에 관한 입장표명에 관해서는 대국민담화발표 등 직접적인 방식과 고위당정회의 등을 소집, 언급하는 간접적 방식 사이에서 내부 의견조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대선자금에 관한 입장표명 후 과연 여론이 진정될 것인지에 대해 자신이 서지 않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대선잔여금 문제가 돌출하자 청와대내에서는 「무책이 상책」이라는 자탄의 소리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전체적인 그림을 알아야 해법도 나올 수 있는데 대선자금의 실체에 관해 청와대내에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김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얘기지만 김대통령은 이날 金瑢泰(김용태)비서실장으로부터 언론의 보도 내용을 보고받고도 변함없이 침묵만 지켰다는 후문이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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