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보완」쟁점화…실무진-시민단체 『정착 힘쓸때』

  • 입력 1997년 3월 7일 19시 57분


정부가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고 과소비를 줄이기위해 실명제 보완방침을 굳힌데 대해 재정경제원 등 실무관료들과 시민단체들은 경제정의구현과 조세형평을 내세워 반발, 쟁점이 되고 있다. 더구나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에 따른 첫 세금부과를 2개월정도 앞둔 상황인 만큼 실명제 보완보다는 정착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우선 姜慶植(강경식)부총리와 정치권 관계자들이 실명제 보완근거로 내세우는 지하자금 양성화문제에 대해 시민단체는 『돈가진 사람들이 남의 이름을 빌려 얼마든지 숨길 수 있는 상황에서는 차명거래를 불법화하지 않는 한 검은 돈을 양성화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현재 금융권에 실명전환하지 않고 남아있는 돈은 3조2천억원 가량. 강부총리가 말한 지하자금 규모의 10%정도다. 재경원 관계자는 『실명확인이나 전환을 하지 않은 통장의 평균 잔액은 1백31만5천원으로 수십억 수백억원 등 거액이 남아있는 통장은 없다』며 『따라서 실명전환 과징금부담을 줄여 거액의 검은 돈이 쉽게 실명전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게 한다는 것은 효과도 없을 뿐더러 실명전환한 사람들과의 형평성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실명제 보완책에 대해서도 반론이 많다. 우선 실명전환시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해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겠다는 것은 세원포착이라는 정부의 징세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朴炳玉(박병옥)정책실장은 『검은 돈은 속성상 얼굴을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 돈이며 지금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얼마든지 감춰놓을 수 있는데 자금출처조사 면제가 효과가 있겠느냐』며 『더구나 미성년자 등 경제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자금출처를 조사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임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무기명 장기채권도입은 결국 실명제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무기명채권이란 자금출처조사가 면제되는 채권인데 이는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경우 증여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상속세법 원리는 물론 실명제의 기본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한도(연간 부부합산 4천만원)를 높이고 세율을 내리는 것 역시 가진 자는 세금을 적게 내고 덜 가진 자는 많이 내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립대 安鍾範(안종범)교수는 『94년기준 3만1천명 수준이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각종 분리과세 상품을 이용, 이미 빠져나갈대로 다 빠져나가 작년에 1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1만명도 안되는 사람들의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과세한도를 올리고 세율을 내린다는 것은 조세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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