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신한국당의 색깔공세에 고민…과민반응은 역효과

  • 입력 1997년 2월 27일 19시 58분


[최영묵기자] 신한국당이 연일 金大中(김대중)총재에 대해 「색깔론」 공세를 펴자 국민회의는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부심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여권이 갈수록 농도짙은 색깔론 제기로 김총재 흠집내기를 시도할 것으로 본다. 돌연 여권이 지나간 일을 끄집어내면서 김총재에게 시비를 제기하는 것은 한보사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맞불작전」일 뿐 아니라 현상황을 사실상의 대선 국면으로 몰고 가려 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아무튼 여권의 잇따른 용공시비에 대한 당내 반응과 분석은 다소 엇갈린다. 하나는 색깔공방에 따른 손실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당직자는 『지금까지 유사한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났기 때문에 식상한 국민들이 이제는 음해의 실상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당사자인 김총재의 반응은 담담한 편이다. 김총재는 최근 며칠간 각종 언론매체가 신한국당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 「공산당원」이라는 표현까지 게재했으나 의외로 『별로 개의치 않겠다』며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김총재의 반응은 「국민들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낙관적 전망에 기인한다. 한 당직자는 『사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여당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김총재의 측근들이 과민반응을 보여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그런 유치한 공세에는 담담하게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확전(擴戰)」을 원치 않는 김총재의 생각 때문에 당차원의 대응기조도 상당히 달라지는 느낌이다. 27일에도 대여(對與) 논평을 두차례 발표했으나 사실여부에 대한 반박보다는 「徐敬元(서경원)밀입북사건 때 김총재가 북한 자금 1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다시 제기한 鄭亨根(정형근)의원의 개인적 전력(前歷) 공격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처럼 현재 국민회의측은 음해내용에 대해 그 때마다 열을 올리며 반론을 제기해봐야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 일으킨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같은 방식으로 고민이 완전히 해결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게 국민회의의 또 다른 고민이다. 더욱이 색깔론에 관한 한 자민련과의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도 고민거리중 하나다. 자민련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간에 벌어지고 있는 색깔론 공방전을 「강건너 불」처럼 볼 뿐아니라 일부 신한국당측 주장에 동조하는 내부의견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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