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대통령은 25일 韓寶사건과 관련, "이유야 어떠하든 이 모든 것은 저의 부덕의 결과로 대통령인 저의 책임"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對국민 사과입장을 밝혔다.
金대통령은 이날오전 9시30분 청와대 본관 1층 세종실에서 對국민담화를 발표,"여야 중진 정치인 뿐아니라 저의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들까지도 부정부패에 연루됐으니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국민여러분께 입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국에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된 가운데 金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국민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낭독, "저를 더욱 괴롭고 민망하게 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제 자식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金대통령은 "만일 제 자식이 이번 일에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며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일체의 사회활동을 중단하는등 근신토록 하고 제 가까이에 두지 않음으로써 다시는 국민에게 근심을 끼쳐드리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金대통령 차남인 賢哲씨는 이에 따라 유엔한국청년협의회(UNYA)회장직을 비롯한 일체의 공직을 사퇴하는 한편 종로구 중학동 미진빌딩내 개인사무실을 완전 폐쇄하는등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이날의 고려대 박사학위수여식에도 참석치 않았다.
賢哲씨는 金대통령의 뜻에 따라 金대통령의 남은 재임기간중 해외에 나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담화에서 金대통령은 "우리는 오늘의 비상시국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제, ▲한보사건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 ▲한보사건 연루자에 대한 정치적 행정적 문책 ▲경제활력회복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남은 1년임기동안 추진할 4대 국정지표를 제시했다.
金대통령은 특히 "금년에 실시되는 차기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고 엄정하게 관리하겠다"고 선언하고 "특히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선출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한 경선과정이 되도록 하겠다"며 "저는 당원들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金대통령은 민주적 자유경선을 보장하고 당원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천명했으나 후보지명권 포기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金대통령은 이밖에 부정부패의 지속적 척결을 위해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 ▲금융개혁 가속화 ▲정경유착과 금권정치 근절 ▲인사개혁 단행을 제시했다.
인사개혁과 관련, 金대통령은 "깨끗하고 능력있는 인재들을 광범위하게 구하여 국정의 주요 책임을 맡기겠다"고 밝혀 조만간 청와대를 포함, 전면적인 黨政개편과 이에 따른 인사쇄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은 이어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경주하겠다"고 다짐, "노동법개정 처리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勞使 의견도 균형있게 반영한 훌륭한 법률이 여야합의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金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라도 우리의 안보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지적, "정부는 이번 기회에 안보태세를 총점검하고 民官軍 총력안보체제를 재정비해 나갈 것"이라며 안보태세강화를 국정지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