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는 21일 오후 3시2분경 경호원이나 변호사를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검은색 쏘나타Ⅱ 승용차편으로 노란색 서류봉투를 들고 대검찰청에 출두.
현철씨는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청사 입구와 1층 로비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서서 각각 약1분씩 포즈를 취한 뒤 검찰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10층에 있는 朴相吉(박상길)중수2과장실로 올라가 박과장과 10여분 동안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 뒤 11층 조사실로 직행.
현철씨는 그러나 『현재 심경이 어떠냐』 『일본 아카사카에 있는 술집에서 鄭譜根(정보근)한보그룹 회장과 함께 있는 사진을 국민회의측이 확보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
이날 현철씨가 한 유일한 말은 안내를 맡은 검찰수사관이 『이제 그만 가시지요』라는 말에 들릴 듯 말듯한 낮은 목소리로 『예』라고 답한 것이 전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검찰에 출두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자 검찰은 출두시간 20여분전부터 40여명의 직원들을 취재진이 몰려 있는 청사 입구와 로비에 배치, 만일의 경우에 대비.
李廷洙(이정수)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1시50분경 기자단 간사를 불러 『청와대로부터 현철씨가 경호원 없이 혼자 출두한다는 소식이 왔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특별히 요청.
검찰측은 또 현철씨가 타고 올라갈 엘리베이터 앞에 20여명의 수사관들로 「인간방패」를 형성해 취재진들의 접근을 원천봉쇄.
○…대검중수부 수사진은 지난 19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 잠시 여유로운 듯했으나 현철씨가 출두한 이날 오전부터 다시 긴장된 표정.
그동안 한보사건을 지휘해온 崔炳國(최병국)중수부장은 이날 오전 9시경 이정수기획관과 함께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에게 현철씨 소환조사 계획을 보고한 뒤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의 배후와 관련된 의혹이 현철씨에게 쏠려 있는 만큼 광범위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해 「철저조사」를 지시받은 분위기.
특히 일부 검사들은 전날밤 늦게까지 구속된 피의자들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등 현철씨에 대한 신문사항과 조사자료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
〈조원표·이호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