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변절자는 갈테면 가라』 황장엽망명 묵인시사

  • 입력 1997년 2월 18일 08시 11분


【동경=이동관 특파원】 북한은 17일 북경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망명을 신청한 북한 노동당 황장엽비서의 신병문제와 관련, 황비서가 어느곳으로 망명하든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같은 북한당국의 태도는 한국으로 그의 신병이 옮겨질 경우 「군사적 보복을 불사하겠다」고 위협을 가했던 태도를 바꾼 것으로 매우 주목된다.

북한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동경과 서울에서 수신된 관영 중앙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황비서가 납치됐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참을 수 없으며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그가 망명을 추구했다면 그것은 변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절자는 갈테면 가라는 것이 우리의 압장』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은 한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황비서를 미국으로 출국시키는 방안을 한국 정부측에 강력히 제시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교토통신은 서울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미국은 이미 한국 정부측에 황비서의 신병을 인수받을 용의가 있다는 점을 통고했다』고 전했다.

이는 황비서가 망명직후인 12일 오후 북경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서 미중앙정보국(CIA)관계자들과 가진 극비면담을 통해 『궁극적으로 한국으로 망명하기를 희망하지만 일시적으로 미국에 가도 좋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주목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황비서가 미국으로 가면 장기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땡문에 황비서로부터 직접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점을 우려, 미국행에 소극적이며 스위스나 홍콩으로의 출국을 희망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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