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묵 기자]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가 한보사태에 대한 대응책 모색을 위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13일 『김총재가 당분간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일산자택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김총재는 얼마전 아침운동을 하다 무릎에 이상이 왔으나 관절에 고였던 물을 빼낸 이후 정상을 되찾았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그러나 김총재는 權魯甲(권노갑)의원의 한보연루사실이 밝혀지면서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총재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안으로부터는 당내민주화, 밖으로부터는 「구시대정치청산」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을 상당히 우려하는 듯하다. 김총재가 검찰출두전 찾아온 권의원을 크게 질책했다는 측근들의 전언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읽을 수 있다. 아무튼 김총재의 일산 칩거는 가깝게는 한보사태에서 받은 정치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처방에서부터 멀게는 대권전략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구상을 가다듬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 몇몇 핵심측근들이 12일과 13일 당안팎의 여론을 종합한 당풍쇄신방안을 김총재에게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김총재는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과제로 건의한 일산 칩거를 받아들인 것 같다.
측근들은 또 『여권의 대규모 당정개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야당도 한보사건책임의 일단을 수용, 대선체제구축을 겸한 당직개편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는 것.
김총재에게 가장 괴로운 대목인 권의원처리문제에 대해서도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건의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여권내 민주계의 「공멸전략」이나 여론의 비난을 사전봉쇄하기 위해서라도 자진탈당이나 출당 등의 고단위처방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입각한 건의다.
한 가지 김총재 측근들의 입에서도 획기적인 당내민주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비주류측이 제의하는 대통령후보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제 도입문제가 거론되는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김총재가 이같은 건의중 어떤 내용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나 권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직접 대국민사과성명을 발표한다는 계획은 확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