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한보사태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한 점 의혹없는 수사」를 강조했기 때문에 새삼스레 「한보」얘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수석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청와대 수석들은 「태풍전야의 고요」로 풀이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벳푸(別府)를 방문하던 중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의 『대통령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발언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시했다는 것.
이런 분노는 김대통령이 일본에서 귀국한 다음날인 27일 李壽成(이수성)국무총리에게 『한보철강에 대한 사업인가 대출 부도처리과정의 진상을 철저하고 엄정하게 조사해 한점의 의혹도 없도록 하라』고 지시한데서도 드러난다.
김대통령은 이를 전후해 한보사태 관련설이 떠도는 각료나 민주계 핵심인사들을 청와대로 부르거나 전화로 「친국(親鞫·직접신문)」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제일 먼저 의혹설이 나돈 차남 賢哲(현철)씨를 불러 「외압을 가한 사실이 있는가」 「한보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를 확인했으나 현철씨는 「사실무근」이라고 완강하게 부인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어 청와대비서실장을 지낸 韓昇洙(한승수)경제부총리를 청와대로 불러 연루여부를 확인했는데 한부총리 역시 연루사실을 부인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崔炯佑(최형우) 徐錫宰(서석재) 金德龍(김덕룡) 洪仁吉(홍인길)의원 등 의혹설이 나돈 민주계 인사들에게는 전화를 걸어 연루여부를 확인했다는 것이 「친국설」의 내용이다.
김대통령은 이들로부터 『관련이 없다』는 말을 들은 뒤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을 불러 『검찰이 머뭇거리지 말고 수사를 성역없이 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측근이든 친인척이든 민주계 실세든 야당 중진의원이든 누구든지 비리에 관련된 사람은 법대로 처리할 것』이라는 얘기가 강하게 나돈 것도 이에 연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친국에도 불구, 핵심측근인 홍의원의 연루설이 나돌자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임이후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그 누구로부터도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고 말해온 김대통령으로서 핵심측근 연루설은 엄청난 충격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부 대선주자까지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도는 상황은 김대통령으로서 참을 수 없는 대목임이 분명하다.
김대통령이 바닥에 떨어진 민심수습과 국정분위기 쇄신을 위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리는 정공법(正攻法)을 택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한보와 연루된 사실이 검찰조사결과 드러나면 민주계 핵심인사는 물론 야당의 중진의원 전직각료 등 모두가 사법처리를 면치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