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哲熙기자] 별문제없이 열릴 듯하던 「한보 임시국회」가 갖가지 암초(暗礁)에 걸려 문도 열지 못한 채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주초 「조속한 임시국회소집과 국조특위구성 원칙」에 합의했던 여야 3당 총무들은 요즘들어 사흘째 전화접촉만 할 뿐 「만남」이 끊어졌다. 『저쪽에서 무엇을 내놓느냐가 문제』라며 지루한 입씨름만 오갈 뿐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는 현재 진행중인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된다. 최근 정치권 사정설(司正說)이 불거져 나오자 여야 모두 섣불리 원내 공방전을 벌이는데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는 뜻이다.
여야는 3일 공식 총무회담을 갖고 재절충을 시도할 계획이긴하다. 여야간 쟁점은 여전히 한보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검사제도입 TV청문회 조사기간 특위 구성비율 등이다. 시간을 끈다고 이렇다할 타결점을 찾기 어려워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야 모두 「진상규명은 뒷전이고 정쟁만 일삼는다」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극적 타결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의 「8인 반독재투쟁공동위원회」는 1일 「설 전 국회개회를 위해 노력하며 총무들에게 협상을 일임한다」고 결정했다. 특검제 청문회 조사기간 여야동수 등은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총무들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한 셈이다. 야권총무들이 우선 상정하는 양보 항목은 특검제 정도인 듯하다.
그러나 3일 총무협상에서 타결이 이루어진다해도 소집공고기간(3일)을 감안하면 결국 설연휴 전날인 6일에 개회만 해놓고 휴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또 여야가 「개회」라는 1단계 관문을 넘긴다해도 전도(前途)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국정조사특위의 증인신청범위나 관련자료요구 등부터 쉽게 합의될 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야권은 벌써부터 한보사태를 「권력형비리」로 규정,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아들인 賢哲(현철)씨 등 여권 핵심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벼르고 있다. 야권은 특히 검찰수사의 공정성을 집중 제기한다는 방침이어서 원내에서도 여야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