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永默기자] 한보사태와 관련,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가 『필요하면 대통령도 조사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여야간 공방이 더욱 격렬해져 정국경색이 심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권은 김총재발언에 대해 신한국당이 「국가원수모독」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26일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총재발언에 대해 『정치지도자도 근거없는 얘기를 했다면 그 말에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주변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라고 역공세를 취했다.
신한국당 金哲(김철)대변인도 후속성명을 통해 『대통령까지 겨냥한 선동발언을 하는 것은 야당 스스로에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은 이에 대해 더욱 발끈했다.
국민회의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5조원이나 되는 돈이 지원되는 것을 대통령이 몰랐다면 큰 문제이며 알고도 방치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반박, 대통령이 이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밝힐 것을 촉구했다. 정대변인은 또 『현정권은 잔여임기중 의혹을 덮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물러난 즉시 전모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책임자는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 李圭陽(이규양)부대변인도 『김대중총재의 당연한 지적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천인공노할 사건을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회의를 지원했다.
이처럼 「현직대통령조사」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집권말기에 접어든 현정권의 부도덕성을 부각시켜 일거에 타격을 가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 권력핵심부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특정기업에 5조원대의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준 데 대해 일반국민들의 여론이 격앙돼 있어 부정부패 규명차원의 공세를 강화하면 할수록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권으로서도 이번 사태가 대통령의 책임문제로까지 이어질 경우 레임덕현상을 부채질하고 집권말기의 국정운영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 공세적인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일본 벳푸(別府)에서 가진 동포들과의 다과회에서 『어떤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단 1전도 안받았다』는 말로 청와대개입설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귀국후 김총재발언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도 큰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