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회견/야권 반응-대책]『희극넘어 비극적』

  • 입력 1997년 1월 7일 20시 07분


「崔永默 기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 대한 야권의 반응은 한마디로 「실망」과 「분개」였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우선 노동관계법의 날치기처리로 빚어진 파업사태 등 난국에 대해 아무런 처방전을 내놓지 않자 『무책임한 처사』라고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또 경제난과 4년간의 치적에 대한 김대통령의 인식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국민회의의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정권담당의사를 포기한 것』이라고 질타했고 자민련의 安澤秀(안택수)대변인도 『불과 4년만에 나라를 완전히 결딴내 놓고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야권이 분개한 대목은 김대통령이 『야당총재와 만나서 얘기할 것이 있겠느냐』며 여야영수회담을 일언지하에 일축하는 등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이다. 이에 대해 양당은 『독선과 독단의 증거』라며 흥분했다. 또 『선진국중 쟁의가 있는 나라가 없다』 『미국경제가 어려워 우리경제가 영향을 받는다』 『노동법을 43년간 단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근로기준법만 53년이후 9번개정) 『한달새 북한 미그기 3대가 기름이 없어 추락했다』는 발언에 대해 『무지를 드러낸 부끄러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야권의 주요당직자들도 『희극을 넘어 차라리 비극에 가깝다』(李종찬·국민회의부총재) 『이런 대통령을 가진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文喜相·문희상 국민회의특보단간사) 『온통 치적만 자랑하는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權五乙·권오을 민주당대변인)며 비난일색이었다. 이날 김대통령이 대화거부자세를 분명히 함에 따라 야권은 대여(對與) 강공기조의 큰 틀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8인 반독재공동투쟁위」에서 검토해온 노동법처리규탄 옥내순회집회 개최 등 고단위처방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고민이다. 노동계파업이 「사법처리」와 「결사항전」이라는 극한대결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초강수(超强手)는 자칫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여론의 양비론적 비판과 여권의 의도에 말려들 가능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야권의 처지다. 양당이 회견 직후 영수회담의 필요성을 다시 역설한 데에서도 이같은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그동안 국민회의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자민련도 회견 뒤 「규탄집회자제」를 당론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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