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최근 북-미 간 뉴욕채널을 통해 2009년 중단된 연간 50만 t의 식량 지원을 재개해 줄 것을 미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함에 따라 26일 방한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사진)이 이 문제를 한국 정부에 문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식량지원 재개를 요구하면서 어떤 반대급부를 제안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른 당국자도 “국제사회가 현 시점에서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면 북한은 이를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하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6자회담 개최 전에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형태의 ‘3자회담’을 여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남북대화가 우선이라는 우리 정부의 원칙에 동의하는 한편 ‘남-북-미 3자회담을 여는 것은 어떠냐’고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3자회담 언급은 우선 남북대화를 통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 뒤라면 다양한 양자 및 다자대화가 가능하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당국자는 “미국이 남북대화가 잘 안될 경우 6자회담 개최를 위한 3자회담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남-북-미 3자는 2005년 9·19공동성명 채택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열리는 와중에 수석대표 회동을 한 적은 있지만 6자회담에 앞서 별도의 3자회담 구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스타인버그 부장관에게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는 6자회담이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중국이 반대할 것이 우려된다. 28일 중국에 가서 더 좋은 방안이 있는지 논의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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