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여성 리더 나오려면 가사분담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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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여성 직원들과 간담회
옐런이 먼저 제안해 이루어져
“경제계 여성리더 부족 늘 고민
남편 가사분담 덕분에 커리어 지속”

방한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경제학계와 여성’을 주제로 한은 여성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옐런 장관은 경제계 리더 중 여성의 비율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제공
방한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경제학계와 여성’을 주제로 한은 여성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옐런 장관은 경제계 리더 중 여성의 비율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제공
“일하는 여성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있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여성들이 커리어를 포기하는 이유도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챙기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대회의실. 미국 최초의 여성 중앙은행장·재무장관 등 각종 ‘1호’ 수식어를 보유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76)이 입을 열었다. ‘경제학계와 여성’을 주제로 열린 한은 여성 직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는 평소 성평등의 가치를 중시한 옐런 장관이 사전에 한은 측에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옐런 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거쳐 작년 초부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 경제부처의 ‘3대 최고위직’을 모두 휩쓴 최초의 여성이다. 그는 본업인 경제학을 평생 연구하면서 여성의 노동 참여,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 분배 등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옐런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경제학에 관심 있는 중앙은행 여직원들을 보게 돼 기쁘다”며 “여러분이 모두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를 희망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는 1990년대 자신이 연준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국제회의에 가서 테이블을 둘러보면 여성이 그리 많지 않았다”며 “중앙은행 총재 자리를 여성이 맡는 것도 매우 드물었다”고 회상했다. 옐런 장관은 “점차 세월이 지나며 여성 수가 늘었다”면서도 “여전히 여성은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계에서 여성 리더가 부족한 이유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여성 자체가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19일 서울 성북구 한국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회의 공식만찬장에서 기획재정부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치고 기념찰영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19일 서울 성북구 한국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회의 공식만찬장에서 기획재정부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치고 기념찰영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옐런 장관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여성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가사 분담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던 동기는 무엇이냐”는 한 직원의 질문에 “가사 노동의 평등한 분배를 중시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한 덕분에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옐런 장관은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백악관에서 ‘연준에서 일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당시 남편은 ‘당연히 하겠다고 말해. 걱정 마. 어떻게든 해결해 나갈 수 있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남편은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교수(82)로 부부는 공동 집필도 여러 차례 했다.

한은을 방문하기 전 옐런 장관은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국내 핀테크 업체 등의 여성 기업인들과 오찬을 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한국은행 여성 직원들과 간담회#워라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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