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사라진 비대면 시대, 몸의 감각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안무가 안애순 신작 ‘몸쓰다’ 공연
세계춤사전 이름 오른 한국인
“조명만 활용해 무용수 몸짓 부각”

‘접속’만 있고 ‘접촉’은 없는 팬데믹 시대. 몸이 체득한 기억과 감정을 되살리는 현대무용 신작이 나온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올해 첫 공연으로 다음 달 1일부터 선보이는 ‘몸쓰다’ 이야기다. 안무는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안무가 안애순(62·사진)이 맡았다.

최근 서울 서초구 국립현대무용단에서 만난 그는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사람 사이의 신체 접촉이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작품”이라며 “몸을 쓰다 보면 자신도 잊고 있던 과거의 감정과 기억, 체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기억하는 것들로 새로운 생각과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게 작품의 주제”라고 덧붙였다.

‘몸쓰다’에선 러닝타임 60분간 무대가 5번 전환돼 각기 다른 장소를 표현한다. 11명의 무용수는 각 장소에 맞는 몸짓을 선보인다. “몸은 장소에 따라 모두 다르게 반응합니다.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감정이나 상태가 달라지는 것과 같아요. 그런 차이를 무용수의 몸짓으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불쌍’(2009년) ‘공일차원’(2015년) 등 그간 안애순은 무대에서 영상을 적극 활용했다. 이번 신작에선 영상을 배제하고 조명만 활용해 무용수의 몸짓을 더 부각시킬 예정이다. 조명의 색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무용수의 의상도 베이지색과 흰색으로 골랐다. 그는 “‘어린왕자’를 함께 작업했던 후지모토 다카유키 조명 디자이너가 한국에 없는 특별한 조명기를 가져온다”고 했다.

안애순은 ‘옥스퍼드무용사전’과 ‘세계현대춤사전’에 이름이 오른 안무가다. 1985년 창단한 안애순무용단은 굿이나 장례 같은 한국 전통 제의와 현대무용을 접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평생 춤꾼으로 살아온 그는 스스로를 안무가가 아닌 작가라 불리길 원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를 특정한 형식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게 작가가 하는 일이잖아요. 제 작품들은 음악에 맞춰 몸짓만을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에요. 그러니 저를 작가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4월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1만∼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안무가 안애순#신작#몸쓰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