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작가 “내 피부색 집에 놓고 다닐 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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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에 ‘아시아인 증오’ 문제 기고
“혐오범죄 기승에도 美 사회 외면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 옳지 않아
고교시절 날 겨눈 총구 못 잊어”

소설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54·사진)이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아시아계 미국인은 항상 두려움에 떨었다’는 글을 기고했다. 지난해 3월 16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6명의 아시아계가 총격으로 사망하는 등 각종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미국 사회가 문제 해결을 외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 또한 수없는 차별에 직면했다고 회고했다. 1977년 세 딸을 데리고 서울에서 뉴욕으로 이주해 금은방을 운영했던 그의 부모는 수차례 강도 및 절도를 겪었다. 이민진 또한 고등학생 시절 그 가게에 갔다가 마스크를 쓰고 총을 겨눈 강도 3명을 직접 맞닥뜨렸다. 그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총이 보인다”며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지하철역에서 낯선 남자의 공격을 받을 뻔했고 언니 역시 ‘칭크’(중국인을 가리키는 모욕적인 표현)라는 욕설을 듣고 지갑을 빼앗겼다. 예일대 재학 시절 퇴역 군인들이 “난 중국 여자가 좋다”며 자신의 몸을 움켜쥐고 성희롱을 했다고도 털어놨다. 그럴수록 남자처럼 입고 눈에 띄지 않으려 했지만 “내 피부색(인종·race)을 집에 놓고 다닐 순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계가 미국에 도착한 순간 차별과 혐오에 직면하는데도 피해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도록 하는 방식은 지속적이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 눈은 여느 아시아인처럼 작지만, 그 눈 너머에는 세상이 변하길 바라는 빛이 반짝인다”고 강조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파친코#작가 이민진#아시아인 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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