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음대에 ‘케이팝’ 학제 신설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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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장 에리카 멀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에리카 멀 미국 버클리음대 신임 총장.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에리카 멀 미국 버클리음대 신임 총장.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세계적 대중음악 교육 기관인 미국 버클리음대에 76년 역사상 처음으로 올 7월 여성 총장이 취임했다. 요즘 한국 문화에서 예술과 교육의 미래를 엿본다는 에리카 멀 총장은 첫 해외 출장지를 서울로 정했다. 그리고 국내외를 막론한 취임 후 첫 인터뷰로 6일 서울 마포구에서 본보와 마주했다.

멀 총장은 “재즈, 포크, 가스펠 등 타 장르와 대등하게 케이팝을 별도의 학제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클리음대는 그간 한인학생회 주최로 열던 연례 콘퍼런스 ‘케이팝 서밋’도 학교 차원의 대규모 행사로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영화 ‘기생충’, 방탄소년단, 케이콘을 보며 첨단 기술과 예술의 대담한 결합, 강렬한 내러티브의 힘을 동경했습니다. 한국에 와보니 역시 문화적으로 다채롭고 진보적 사고로 가득하군요. 여기서 받은 영감을 어서 학교에 출근해 적용하고 싶습니다.”

4∼7일에 걸친 멀 총장의 방한은 버클리음대와 협약을 맺고 10년째 장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CJ문화재단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멀 총장은 방한 기간 CJ와 서울재즈아카데미 관계자, 버클리음대 한국인 동문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재즈 연주자 게리 버턴부터 팝 그룹 이매진 드래건스까지 다양한 음악가를 배출한 이 학교에는 김동률 윤상 켄지(SM 작곡가) 등 한국 음악인들도 다수 거쳐 갔다.

멀 총장은 클래식 작곡가, 지휘자 출신이다. 30년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음악 교수로 일했다. 2013년 스타 음악 프로듀서 지미 아이오빈, 닥터 드레와 의기투합해 USC 내에 ‘지미 아이오빈·앤드리 영(닥터 드레의 본명) 예술·기술·혁신경영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학장을 지냈다.

버클리음대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지명한 그는 예술·기술·혁신 특성화고교를 내년 로스앤젤레스에 세울 계획이다.

“아우르는 학문 분야만큼이나 젠더와 인종도 다양한, 독특한 학제죠. 저는 다양성과 포용력이 예술가의 세계관과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 문화의 세계화는 그의 새 롤모델이다. 멀 총장은 “대중문화와 그 유통 양상에서 완전히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가 케이팝”이라며 “스토리텔링과 강렬한 시각 요소를 음악과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줬다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극찬했다.

멀 총장은 첨단 기술과 급변하는 사회의 보폭을 고등교육이 따라가지 못한다고도 진단했다. “스탠퍼드대나 예일대의 고민도 비슷할 것입니다. 온라인에 넘치는 정보를 맥락화하고, 온라인과 가상현실을 교육에 활용함으로써 미래 적응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본교를 둔 버클리음대는 최근 몇 년 새 뉴욕은 물론이고 스페인 발렌시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도 분교를 세웠다. 멀 총장은 내슈빌, 로스앤젤레스 분교 신설도 고려 중이라고 귀띔했다.

“음악과 내러티브의 결합에 있어 할리우드를 품은 서부는 주요 거점이죠. 케이팝과 파트너십을 다지는 데도 유리하다고 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버클리음대#첫 여성 총장#에리카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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