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前 왕세자빈 20주기 추모 물결
“마음속의 여왕” “다이애나 할머니”… 왕궁 앞에 시민들 발길 이어져
윌리엄-해리 “어머니 대한 사랑 감사”
“만인의 공주를 20년이 지난 오늘도 기억합니다.”
1997년 8월 31일, 영국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이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에게 쫓기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영국인들은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다.
BBC 등 영국 언론은 31일(현지 시간) 다이애나 빈의 20주기를 맞아 런던 켄싱턴궁의 금빛 대문 앞에 추모객들이 가져다 놓은 엽서와 촛불, 조화가 가득 쌓였다며 추모 분위기를 전했다. 플래카드와 엽서 등에는 ‘우리 마음속의 여왕’, ‘할머니 다이애나’(살아있었다면 손자를 봤을 거라는 뜻) 등 애칭이 다양했다.
다이애나 빈의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는 기일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켄싱턴궁 공보실을 통해 “켄싱턴궁을 찾아줘 고맙다. 어머니와 관련한 수많은 꽃과 편지, 그리고 메시지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같은 날 켄싱턴궁을 찾아가 다이애나 빈을 추모하기 위해 최근 새롭게 조성된 ‘화이트 가든’을 둘러봤다. 이 정원은 흰 장미와 물망초 등 흰색 계열의 꽃들로 장식됐는데 켄싱턴궁 측은 다이애나 빈의 인생과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와의 따뜻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은 인터넷에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는 글과 사진을 경쟁적으로 올렸다. 다이애나 빈의 요리사였던 대런 맥그레이디 씨는 1996년 8월 자신이 아빠가 됐을 때 다이애나 빈이 꽃다발과 함께 직접 전해준 ‘어린 숙녀가 안전하게 도착한 것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친필 메모를 이날 공개했다. 다이애나 빈 장례식에서 자신의 히트 곡인 ‘캔들 인 더 윈드’를 개사해 부른 영국의 국민가수 엘턴 존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이애나 빈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20년 전 세상이 천사를 잃었다”고 추모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해외 매체들도 ‘영국을 뒤흔든 한 주’로 기억되는 20년 전 그날의 기억을 상세하게 다시 복기하고 그녀의 사망이 남긴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는 데도 집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첫 사망 속보가 전해진 31일 오전 4시 41분부터 100만 명이 넘게 거리로 나와 추모했던 9월 6일 장례식 날까지, ‘다이애나 위크’ 기간에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소개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다이애나 빈의 유산으로 ‘가드를 내린 왕실’의 모습을 꼽았다. 이 신문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와 함께 낙하산을 타고 주경기장으로 뛰어내린 것은 다이애나 빈의 사망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다이애나 빈 사망 당시 영국 왕실의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권위 탈피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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