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원폭 견딘 기적의 감나무… 지구촌 평화의 메신저로 가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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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3차례 2세 심은 하정웅씨
광주시립미술관 2그루 훼손 등 고사… 남은 한 그루 2014년 이어 2015년도 열매
보급운동 나선 日人들 광주서 포럼

2002년 광주 북구 중외공원 숲 속에 심어진 기적의 감나무 2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매를 맺었다. 아래 사진은 기적의 감나무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미야지마 다쓰오, 하정웅, 에비누마 마사유키 씨(왼쪽부터).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2002년 광주 북구 중외공원 숲 속에 심어진 기적의 감나무 2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매를 맺었다. 아래 사진은 기적의 감나무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미야지마 다쓰오, 하정웅, 에비누마 마사유키 씨(왼쪽부터).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당시 인구 24만 명 중 7만4000여 명이 숨지고 건물 절반 가까이가 잿더미로 변했다. 원폭 투하 지점 반경 4km 이내의 생명체가 전멸했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감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전쟁의 참화가 너무 깊었기에 사람들은 ‘기적의 나무’로 불렀다.

이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일본의 수목(樹木) 의사인 에비누마 마사유키(海老沼正幸) 씨다. 1994년 에비누마 씨는 이 나무에서 씨를 받아 발아시키고 접목하는 방식으로 2세 나무를 살려냈다. 미술작가인 미야지마 다쓰오(宮島達雄) 씨는 피폭된 지 49년 만에 ‘생명목’으로 거듭난 감나무에 예술이라는 옷을 입혀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1996년 도쿄(東京) 다이토(臺東) 구 소학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3개국 250곳에서 자라고 있다.

이 감나무 2세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광주광역시에 뿌리내렸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 식재된 유일한 나무다.

감나무를 광주로 가져온 이는 재일 사업가인 하정웅 씨다. 하 씨는 2000년 4월 광주 비엔날레를 앞두고 광주시립미술관에 감나무를 처음 심었다. 두 차례나 고사(枯死)해 재식수를 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처음 심은 나무는 한 달 후 반일 감정을 가진 사람에 의해 훼손돼 고사했다. 재식수한 나무도 훼손돼 고사한 후 2002년 시립미술관 옆 중외공원 숲 속 비밀 장소에 심은 감나무는 광주시립미술관 직원들의 보살핌 속에 자라 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열매를 맺은 데 이어 올해도 지난달 감 2개가 열려 시립미술관 직원들이 씨를 받아 두었다.

25일 광주에서는 광복 70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피폭 감나무 2세를 조명하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일본의 비영리 법인 ‘시간의 소생-감나무 심기 프로젝트 실행위원회’가 광주시립미술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감나무 프로젝트, 광주에서의 역사와 의미’ 포럼이다. 포럼에는 피폭 감나무를 살려 전 세계에 전파하고, 광주에 뿌리를 내리게 한 주인공 3명이 참석했다.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이자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인 하정웅 씨는 평생을 모은 미술작품 1만여 점과 도서자료 6000여 점을 한국과 일본의 미술관 및 박물관, 대학에 기증한 메세나 운동의 산증인이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나가사키 원폭#생명목#기적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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