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은 한 가족 통해 현대사 이야기한 이스라엘판 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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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문학상 수상, 이스라엘 아모스 오즈 간담회

아모스 오즈는 창작 과정에 대해 “내 안에 캐릭터를 품으면서 그들이 어디서 왔고 무엇을 부끄러워하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귀 기울여 얘기를 듣고 나서야 펜을 든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아모스 오즈는 창작 과정에 대해 “내 안에 캐릭터를 품으면서 그들이 어디서 왔고 무엇을 부끄러워하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귀 기울여 얘기를 듣고 나서야 펜을 든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박경리 선생은 20권에 이르는 대작 장편 ‘토지’에서 한 가족을 통해 한국인들이 현대사를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줬습니다. 제 작품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도 한 가족을 통해 이스라엘의 역사를 비췄다는 점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네요.”

제5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76)는 “자랑스럽고 기쁘고 감사하다”며 밝게 웃었다.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소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작품에 모국의 역사와 삶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박경리 선생과 자신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오즈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도 거론돼온 세계적인 작가다. 1965년 첫 소설집 ‘자칼의 울음소리’를 낸 이래 50년 동안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작가로서의 일에 대해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부인, 부모와 자식, 남매와 형제…. 한쪽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매번 어느 한쪽이 맞고 다른 쪽이 틀린 게 아니죠. 소설을 쓸 때 저는 양쪽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고자 합니다.”

이 같은 태도는 정치적인 견해로도 이어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에 대해 타협과 공존을 주창해온 그는 이날도 “(이-팔의 상황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대결이 아니다. 옳은 자와 옳은 자의 충돌, 희생자와 희생자 간의 싸움”이라면서 “흑백논리로 재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즈는 “작가로서 중요한 것은 타인을 상상하는 과정인데, 이것은 글쓰기의 중요한 덕목이고 작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 “매일 아침 일어나 타자의 삶을 그려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데 이것이 내게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기고문 등 정치적 글쓰기도 병행하는 그는 “하나의 의견을 갖고 있을 때, 가령 정부에 ‘지옥에나 가라’고 할 때(웃음) 정치적 글쓰기를 하고, 내 안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을 때는 소설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히브리어로 소설을 쓰고 출판한 1세대 작가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엔 비판적이지만, 언어에 대해서만큼은 ‘쇼비니스트’(맹목적 애국주의자)이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번역은 피아노로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면서 “피아노로 바이올린 소리를 낼 수 없듯 (작품의 어감까지) 온전히 재현하긴 어렵지만, 피아노 자체로 음악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오즈는 “한국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남북 분단 등 큰 비극을 겪었고 그것이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경제, 교육,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뤘고 이스라엘에서도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단편들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이스라엘에 돌아가면 더 많은 한국 작품이 번역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시상식은 24일 오후 4시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아모스오즈#박경리문학상#이스라엘#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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