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삶과 예술의 동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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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구보타 시게코씨 별세

2000년 미국 뉴욕의 작업실 겸 자택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백남준(왼쪽)과 구보타 시게코 부부. 동아일보DB
2000년 미국 뉴욕의 작업실 겸 자택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백남준(왼쪽)과 구보타 시게코 부부. 동아일보DB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고(故) 백남준(1932∼2006)의 부인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씨가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23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78세. 백남준아트센터는 “백 선생 생전에 작업을 함께 했던 작가가 구보타 여사의 사망 소식을 전해 왔다. 암 투병 중이었는데 최근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들었다”고 26일 밝혔다.

도쿄교육대(현 쓰쿠바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고인은 1964년 5월 도쿄 쇼게쓰 홀에서 열린 백남준의 공연 뒤 무대 뒤로 찾아가 그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두 달 뒤 미국 뉴욕으로 떠나 백남준과 조우하고 함께 전위적 예술 활동을 펼쳤다. 1967년 유대계 미국인 작곡가 데이비드 베어먼과 결혼했으나 2년 뒤 이혼하고 다시 백남준과 동거했다. 1976년 자궁암 진단을 받은 그에게 백남준이 청혼해 이듬해 결혼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은 없다.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고인은 1976년 발표한 영상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가 뉴욕 현대미술관(MoMA) 최초의 비디오 영구 소장품으로 선정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1996년 백남준이 뇌중풍으로 쓰러진 뒤에는 자신의 예술 활동을 포기하고 남편을 돌봤다.

2010년 출간한 회고록 ‘나의 사랑, 백남준’에서 그는 “남준의 아내 노릇을 온전히 하고 있다는 행복한 충만감을 맛보았다”고 썼다.

“…한 발 한 발 남준을 쫓아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그가 타고 떠난 빛나는 ‘야곱의 사다리’(2000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백남준 회고전 작품명)를 오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린아이처럼 천진했고 우주처럼 심오했던 남자와 함께한 삶에 감사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백남준#부인#구보타 시게코#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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