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손발이 된 10년… 힘들지만 행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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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규 前대사 간병기록 책 펴내

아내는 파킨슨병 환자였다. 2002년부터 몸의 감각이 둔해졌고 2004년 1월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3개월 뒤엔 걷기가 불편해졌고 2006년부터는 말을 전혀 못 하게 됐다. 이듬해 8월부터는 휠체어 신세를 졌다. 김석규 전 주일대사(77·사진)의 아내 고 송혜옥 씨 얘기다.

아내는 2010년 5월부터 콧구멍으로 밀어 넣은 급식튜브로 영양을 공급받았고 9월부터는 배에 구멍을 내 음식을 위에 직접 주입했다. 인공호흡기를 연결해 특수연명치료를 받은 지 약 20개월 뒤인 올해 1월 결국 눈을 감았다.

김 전 대사는 아내가 희망과 절망을 느끼는 매 순간을 함께하며 간병기록을 남겼다. 그날그날의 상태는 물론이고 진료기록, 의료기기 구입목록, 진료비 지원정책 등을 세세히 남겼다. 그는 이를 모아 ‘파킨슨병 아내 곁에서’(마음풍경)를 출간했다.

김 전 대사는 뻣뻣해진 아내의 옷을 갈아입히고 목욕을 시키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숨을 쉬고 자신의 말을 경청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무엇이 그를 헌신적인 남편으로 만들었을까.

김 전 대사는 책에서 ‘사랑이라기보다는 책임 의무 체면 연민 그리고 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10년간 매일 아내의 손발이 돼 극진히 보살펴 준 힘의 근원은 사랑 이외에 달리 무엇이었을까.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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