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바다서 썩는데… 장관-의원은 기념 사진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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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가두리 양식장 오윤석 천일수산 대표의 울분

경남 통영시 천일수산 오윤석 대표가 29일 오후 자신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류 폐사 상황과 처리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통영=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 통영시 천일수산 오윤석 대표가 29일 오후 자신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류 폐사 상황과 처리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통영=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적조로 폐사한 고기가 썩고 가라앉아 바다가 오염되면 2차 피해로 내년 양식이 어려워지니까 가슴이 타들어가죠. 정부에선 뭘 하고 있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29일 오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삼덕리 삼덕항 앞바다에 위치한 천일수산 가두리 양식장. 폭염 속에서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적조로 폐사한 양식 물고기가 부패하며 나는 냄새였다. 이 악취 속에서도 천일수산 오윤석 대표는 중장비를 동원해 폐사한 어류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 대표는 “23일 밤 고밀도 적조가 덮쳐 6.4ha(약 1만9200평)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키우던 참돔과 농어, 우럭 등 600t(약 65억 원어치)의 물고기가 모두 죽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체 가두리 양식장(가로 세로 각 12m) 78개 가운데 폐사한 고기를 치운 것은 10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고기는 그대로 물 속에서 썩고 있다”며 “앞으로 20일 정도는 더 수거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양식장 부근에는 썩은 고기에서 나온 허연 기름이 띠를 이룬 채 떠다녔다.

오 대표는 “폐사한 물고기를 건져내 양을 확인한 뒤라야 땅에 묻을 수 있는데 인력과 장비 지원이 늦어 처음 피해가 난 뒤 3일 동안은 아무것도 하질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적조가 발생할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물고기 폐사 문제가 대두됐는데도 통영시 등 정부가 폐사 어류 수거와 매립장 확보에 대한 매뉴얼 없이 늘 주먹구구식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

그나마 28일 오후 오 대표가 그동안 건져 올린 폐사 어류를 묻으려고 했으나 매립 장소 주변 주민과 피서객이 악취를 이유로 반발해 매립작업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오 대표는 “장관 국회의원 단체장 등이 와서 황토를 뿌리는 배에서 사진 찍은 뒤 ‘총력 방제’ ‘적극 대응’ 등을 지시하고 돌아가는 것이 어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적조 피해가 최근 들어 가장 심각한 만큼 하루빨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통영=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통영#오윤석#적조#가두리 양식장#특별재난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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