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 많이 사는 히스패닉계 사람들의 호방한 문화가 인상적이었어요. 6집(‘불편한 파티’·2009년)엔 사회비판적인 가사도 담았는데 솔직히 좀 억지스러웠거든요. 그들처럼 자유롭게 해보자는 생각을 했죠.”(이상면) “미국 인디밴드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보고 자극도 받았죠.”(이상혁)
음반 표지부터 ‘100℃’다. 멕시코계 미국인 악역 전문 배우 대니 트레조를 닮은 이목구비와 장발, 콧수염이 달린 불타는 땅콩 그림은 멤버들과 친한 만화가 강도하가 그려줬다.
음악 제작에서는 펑크록의 기본인 DIY(Do It Yourself·스스로 하라) 정신에 더 충실했다. 처음으로 멤버들이 직접 엔지니어가 돼 음반을 제작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크라잉넛 스튜디오에서 이상면과 이상혁이 녹음을 지휘했다.
모두 10곡이 담긴 앨범의 첫 노래 ‘해적의 항로’부터 질주하는 해적선에 오른 듯 호쾌하다. 보물섬으로 떠나는 뱃사람들의 호기로운 ‘출사표’가 흥겨운 폴카 형식에 담겼다. 5분이 넘는 곡 ‘미지의 세계’는 몽환적이고 드라마틱한 곡 전개가 우주여행을 재촉한다. 밴드 주제가 격인 ‘땅콩’에는 초기 메탈리카를 연상시키는 빠른 스래시 메탈(thrash metal)을 가져왔다. 힙합 비트, 우쿨렐레 연주, 랩처럼 빠른 노래가 어우러진 타이틀곡 ‘기브 미 더 머니’는 크라잉넛의 가장 새로운 면모다.
“집시 음악부터 동부 유럽지역, 인도, 아일랜드, 멕시코 음악까지 멤버들이 다양한 비주류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그런 게 녹아나는 것 같아요.”(이상면)
이번 앨범의 콘셉트를 묻자 멤버들은 “없다”며 서로의 얼굴만 쳐다봤다. “사실, 앨범 작업을 하도 미루니까 ‘매니저 리그’에서(회사 대표와 매니저가) 발매 기념공연(15일 오후 7시 합정동 롯데카드 아트센터·4만4000원·02-3141-4206) 대관부터 해버렸어요. 하핫.”(이상혁) “작가 된 심정으로 시간에 쫓기며 마감했죠.”(김인수)
크라잉넛은 1993년 서울 중경고 동창생들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졌다. 1996년 발표한 ‘말 달리자’는 젊은이들의 송가가 됐다. “사람들 답답한 속을 안타 치듯 후련하게 날려버렸죠. 쾌변 같은 노래랄까.”(박윤식) 크라잉넛의 질주는 여전히 시속 100km 이상이다. 언제 철들까?
“우리 아직 사춘긴데…. 여기 얼굴에 여드름 보이죠?”(한경록) “저거 종기예요.”(김인수) “응? 좀비?”(이상면) “아직… 피가 끓습니다!”(한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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