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서울 한복판의 비경(秘境)’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촬영지와 가까워 젊은이들도 즐겨 찾았다. 고즈넉한 숲 속 연못과 정자 터가 “그 주인, 안목 높았네”라는 경탄을 자아냈다. 그 주인이 밝혀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2일 “명승 36호로 지정된 지금의 서울 종로구 부암동 백석동천(白石洞天) 일대를 조선 후기 서화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사들였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백석동천은 백석정(白石亭) 백석실(白石室) 또는 백사실(白沙室) 등으로 불렸는데, 추사의 문집인 ‘완당전집(阮堂全集)’ 9권에 “백석정을 예전에 사들였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추사의 주석(註釋·해설)에서도 “나의 북서(北墅·북쪽 별장)에 백석정 옛터가 있다”라고 한 대목이 발견됐다. 연구소는 “추사가 터만 남은 백석정 일대 땅을 사들여 별장을 새로 건립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석동천은 2008년 사적에서 명승으로 변경 지정됐다. 자연경관이 잘 남아있고 전통조경 양식의 연못, 정자터, 각자(刻字) 바위 등의 보존 상태가 좋아 별서(別墅·별장) 정원으로서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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