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교복 입고 머리 깎는 선생님… 전북 익산시 원광中 이길환교사

  • Array
  • 입력 2012년 5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원광중학교 이길환 교사(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3반 학생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익산=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원광중학교 이길환 교사(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3반 학생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익산=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북 익산시 원광중학교 1학년 3반 담임 이길환 교사(33·수학)는 학생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는다. 머리도 학생들처럼 짧다. 벌써 5년째다. 수업 시간에만 입는 게 아니라 출근부터 교복 차림이다. 어쩌다 외부 출장을 위해 양복을 입으면 ‘복장 불량’이라고 학생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이 교사가 교복을 입기 시작한 것은 처음 이 학교 교단에 선 2008년부터. “선생님들은 마음대로 옷을 입고 머리도 기르면서 왜 우리는 교복만 입고 머리도 짧게 잘라야 하죠”라는 한 학생의 가시 돋친 질문을 받고 한 달여를 고민하다 교복을 입게 됐다고 한다.

이 교사가 교복을 입고 교실에 나타나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스스로 교사의 권위를 내려놓자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그를 대하기 시작했다. 옆 반 아이들도 담임교사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성 문제나 가정사를 이 교사에게 털어놓았다.

물론 교복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 딸(5세, 3세)의 아빠인 이 교사는 자기 반 아이들 36명을 모두 ‘아들’이라 부른다. 그러면 학생들은 ‘네. 아빠’라고 답한다. 이 교사는 반 학생들에게 ‘우리 아들 ○○, 별일 없지? 아빠가’라는 문자도 보낸다. 최근 이 반에 여자 교생이 실습 나왔을 때 아이들은 ‘엄마가 오셨다’고 환호했다.

점심시간에도 가능하면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많이 가져가는데 서로 선생님 반찬을 빼앗아 먹으려고 전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 중간고사 성적이 좋으면 학급 전원에게 짜장면을 쏘기로 약속도 했다.

“담임은 학생들과 속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과거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자세를 낮춰 아이들 속으로 파고들어야 해요. 제가 입는 교복이 교실의 변화를 상징하는 작은 일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2010년 수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수학동아리를 지도해 국내외 수학경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는 5년차 기간제 교사다. 기간제 4년을 마치고 올해 다시 신규로 채용됐다. 그가 담임을 맡은 반에서는 학교폭력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익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원광중학교#이길환#교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