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기만 하던 아이들, 도움의 손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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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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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육시설 ‘경생원’ 원생 18명 노인요양시설서 봉사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에서 보육시설 ‘경생원’ 소속 최영석(가명) 군과 롯데마트 행복드림봉사단원이 이모 할머니의 식사를 돕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에서 보육시설 ‘경생원’ 소속 최영석(가명) 군과 롯데마트 행복드림봉사단원이 이모 할머니의 식사를 돕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기에, 높은 산에 오를 수 있고 폭풍이 이는 바다도 건널 수 있어요.”

최신 유행의 ‘셔플댄스’를 추던 여중생 네 명이 장기자랑 마지막 순서로 아일랜드 팝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낭랑한 목소리로 불렀다. 흥겹게 춤추는 아이들의 모습에 함께 장단 맞추던 노인들도 지그시 눈을 감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25일 오전 9시부터 4시간 동안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보육시설 ‘경생원’ 소속 아이 18명과 2011년부터 경생원을 지원해 온 롯데마트 ‘행복드림봉사단’이 송파구 장지동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펼쳤다. 100세의 병든 노인까지 머무는 이 요양소에서 아이들과 봉사단은 노래를 불러 드리고, 청소를 하고, 노인들을 부축해 산책도 했다.

가정 형편 탓에 맡겨진 경생원의 아이들은 도움을 주는 것보다 받는 일에 더 익숙했지만 이날만큼은 봉사에 적극적이었다. 방 청소를 맡은 정석민(가명·17) 군은 “생각보다 재밌고 보람차다. 손이 많이 타는 침대 손잡이나 창틀을 열심히 닦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도움만 받아온 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남을 돕는 것도 즐겨야겠다”며 웃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2010년부터 동생 2명과 함께 경생원에서 지내는 이은주(가명·16) 양은 지난해 요양원·보육시설 등에서 114시간이나 봉사활동을 한 경생원의 ‘봉사왕’이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 양은 “나도 나지만 여동생 성주(가명·14)도 대단하다”며 “활달한 성격으로 오늘 장기자랑을 열심히 준비한 동생이 자랑스럽다”고 치켜세웠다. 동생 성주 양은 선곡에 대해 “이 노래를 통해 누군가의 할머니이자 할아버지일 이분들께 용기와 희망으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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