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받은 축복에 감사… 25만달러 남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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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췌장암 시한부 선고 강영우 박사 장학금 기부

“평생 나눔의 삶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제야 기부를 하고 떠나게 됐네요.”

9일 미국 워싱턴의 국제로터리재단 사무소에서 뜻 깊은 기부 행사가 열렸다. 주인공은 최근 말기 췌장암으로 1개월여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68). 그는 두 아들과 함께 국제로터리재단 평화센터의 평화장학금으로 25만 달러(2억9000만 원 상당)를 기부했다. 강 박사가 20만 달러를 내놓았고 안과의사와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으로 있는 두 아들 폴과 크리스토퍼가 각각 2만5000달러씩 보탰다.

강 박사는 1972년 국제로터리재단의 한국 최초 장애인 장학생으로 뽑혀 피츠버그대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강 박사는 로터리 회원으로 활동하며 나눔의 삶을 실천해왔다.

이전보다 여윈 모습이었지만 부인 석은옥 여사, 두 아들과 함께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 박사는 “너무 많은 축복을 받고 살아온 삶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에는 36년 동안 강 박사와 깊은 우정을 쌓아온 딕 손버그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참석했다.

강 박사의 기부금은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에 설립된 로터리재단 평화센터의 한국인 유학생 장학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강 박사는 1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요즘 거동이 불편하지만 기부 행사만큼은 꼭 참석하고 싶어 반은 걷고 반은 휠체어를 타고 갔다”고 말했다. 근황에 대해서는 “항암치료는 받지 않고 통증을 줄여주는 소극적 치료만 받고 있다”며 “종종 밀려오는 엄청난 통증을 잊기 위해 사회활동과 가족사를 정리하며 바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종양 발견 때 수술을 받지 않고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한 결정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6일 68세 생일을 맞는 강 박사는 두 아들과 함께 버지니아 근교 별장에서 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강 박사는 “11월 말 1개월여의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니 이제 언제 갈지 모르겠다”며 “둘째 아들의 첫딸인 케이티의 백일인 29일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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