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입양아로 구성된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세라믹팔레스홀에서 콘서트 ‘행복’ 공연을 하고 있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조명이 켜지자 분홍색 옷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무대로 뛰어나왔다. 삐뚤빼뚤하게 선 20여 명의 아이는 씩씩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온 세상에 말하게 해주세요. 내가 얼마나 귀한지…. 입양은 사랑이고 희망인 것을∼ 모두 함께 나눠요∼.”
콘서트의 막을 연 ‘입양의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일부 관객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공개 입양된 아이들로 구성된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세라믹팔레스홀에서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9월 창단연주회 이후 첫 정기공연을 했다.
입양아어린이합창단은 2006년 서울종합학교 초빙교수인 성악가 김수정 씨가 입양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만들어졌다. 8명으로 시작한 합창단은 2010년 9월 창단연주회 때는 33명으로 늘어났다.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합창단은 ‘KBS 나눔 대축제’ 등에 참여하는 등 입양홍보대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합창단 관계자는 “유독 한국에서만 입양을 주변에 숨기는 비공개 입양이 상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공개입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나아가 공개입양을 홍보하기 위해 합창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앞으로도 매년 한두 차례씩 입양 홍보를 위한 정기공연을 열 계획이다.
이날 콘서트에는 입양아 출신으로서 세계 음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고수지 양(16·여)도 함께했다. 고 양은 생후 6개월 만에 고세진 전 아세아연합신학대 총장에게 입양된 후 음악교육을 받아 올해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바이올린과에 역대 최연소로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김수정 합창단장은 “아이들이 처음 모였을 때는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서로 손도 잡으려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들 친해졌다”며 “합창단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 모여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걸 보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입양의 노래로 시작한 공연은 고 양의 바이올린 연주, 김 단장, 바리톤 김영주 씨의 노래와 서울종합예술학교 합창단의 공연 등으로 이어졌다.
합창단원인 유하나 양(12·여)의 아버지 유연진 씨(55)는 “아이들의 티 없이 맑은 공연모습을 보면서 입양을 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잘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며 “입양 사실을 알면서도 위축되지 않고 훌륭한 공연을 보여준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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