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로 창고극장’ 회생 불씨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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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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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민간 소극장… 폐쇄 위기
서울 중구청 등 나서 후원회 결성

한국 연극계의 상징적인 장소인 삼일로 창고극장이 후원회 결성에 힘입어 계속 문을
열게 됐다. 제6대 극장주 정대경 씨(가운데)가 28일 후원회 결성 행사에서 최근의 어려
웠던 극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삼일로 창고극장 제공
한국 연극계의 상징적인 장소인 삼일로 창고극장이 후원회 결성에 힘입어 계속 문을 열게 됐다. 제6대 극장주 정대경 씨(가운데)가 28일 후원회 결성 행사에서 최근의 어려 웠던 극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삼일로 창고극장 제공
서울 중구 저동 명동성당 사거리에서 남산 1호 터널 방향으로 130여 m 올라가면 큰길가 오른쪽에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극장이 있다. 객석이 68개에 불과한 ‘삼일로 창고극장’이다.

1970년대 초 극단 ‘에저또’를 이끌던 연출가 방태수 씨가 1975년 허름한 창고 건물을 사들인 뒤 극장으로 개조해 문을 연 한국 최초의 민간 소극장이다. 지난해 별세한 연출가 이원경 씨가 1976년 인수하면서 국내 소극장운동의 성지가 됐다. 고 추송웅 씨의 ‘빠알간 피터의 고백’를 필두로 ‘티타임의 정사’ ‘유리동물원’ 등 수많은 명작이 탄생한 산실이기도 하다.

28일 이곳에서 연극계 인사 수십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일로 창고극장 후원회 결성 행사가 열렸다. 30여 년간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경영난 악화로 문을 열기 어려운 지경이 되자 관할 중구와 문화예술인들이 극장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은 것이다. 중구가 먼저 극장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사정을 전해 듣고 “한국 연극계의 상징적인 장소인데 없어지면 안 된다”며 지난달 자발적으로 중구 직원들을 상대로 회원 모집을 했다. 698명의 후원회원에 후원금 2300여만 원이 모였다. 이 일은 후원회 결성으로 이어졌다.

2003년 극장을 인수한 6대 극장주 정대경 씨는 “연극인들의 피와 땀이 밴 소중한 공간인데 더는 유지하기 어려워 ‘이번엔 정말 닫는구나’ 체념하고 있었다. 훌륭한 극장으로 남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연극인 박정자 씨는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아름다운 극장이다. 정 대표가 극장을 인수한다고 할 때 ‘굶어 죽으려고 하느냐’고 말렸다. 이런 사람이 있어서 극장을 지켜냈다. 이제 우리가 힘을 합쳐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02-319-8020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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