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센트가 수만달러’로… 기적낳은 11살 韓-美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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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일리노이주 키라 스캐든-이정인 양 화제

모든 건 동전 하나에서 시작됐다.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는 친구 이정인 양(미국명 앤지 리·11)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던 키라 스캐든 양(11)이 떠올린 건 10센트짜리 동전을 모으는 일이었다. 저금통을 들고 이웃을 돌며 동전을 모아 SMA 치료법 연구에 기부하겠다는 작은 포부였다. 그러나 그 동전은 몇 년 만에 수만 달러의 거금으로 변했다.

미국 일리노이 주 네이퍼빌 시에 사는 키라가 한국계 소녀 정인이를 처음 만난 건 2006년 초등학교에서였다. 키라는 정인이가 탄 전동휠체어를 보고 처음엔 겁을 먹었지만 정인이가 자기의 병을 이야기해 주면서 친하게 됐다. 함께 비디오게임을 하고 영화도 보고 소꿉놀이도 했다.

키라가 정인이를 위해 동전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007년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들은 키라의 언니 베카가 벼룩시장을 열어 쓰던 장난감 같은 걸 팔자고 제안했다. SMA 치료를 위해 키라가 벼룩시장을 연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이웃들은 자신이 쓰던 물건을 너도나도 공짜로 내놨다. 200달러를 목표로 연 벼룩시장에서 모두 9400달러가 걷혔다. 키라와 정인의 가족은 이 돈을 SMA 치료를 위한 연구지원 비영리단체인 ‘SMA 가족’에 기부했다.

이렇게 시작한 벼룩시장은 연례행사가 됐다. 매년 수익도 늘어나 올해 9월 키라의 집 앞마당에서 열린 4번째 벼룩시장에서는 1만8500달러나 모였다. 키라와 정인이 4년간 벼룩시장을 통해 모아 ‘SMA 가족’에 기부한 돈은 모두 5만2000달러. 키라는 지역 일간 ‘네이퍼빌 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그저 동전 수집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커져 버렸다니 정말 놀랍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웃이 집에서 쓰던 물건만 벼룩시장에 내놓은 것은 아니다. 동네 태권도장에서는 6개월 수강권을, 한 호텔은 숙박권을, 이웃 식당에서는 식사 쿠폰을 내놨고, 이것들은 현장 경매를 통해 팔렸다. 동요를 전문으로 부르는 미스터 니키라는 가수는 자청해서 저렴한 가격에 미니콘서트를 열었다. 벼룩시장은 또 정인이처럼 SMA를 앓는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치료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 됐다. 벼룩시장은 지난해 지역 방송에 소개됐고 이를 계기로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SMA 치료제 연구비 마련을 위한 자선 모임이 속속 열렸다.

정인이는 네이퍼빌 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멋있는 친구, 선생님 이웃 그리고 가족의 도움으로 이제는 병 때문에 할 수 없는 일보다는 (병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진 SMA는 척수의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이 파괴돼 점차 근육이 마비되는 병으로 신생아 6000명 중 1명꼴로 걸린다. 이 두 소녀의 훈훈한 우정에 동참하고 싶으면 웹사이트 ‘키라의 생각 앤지의 희망’(angieshope.org)에 들어가면 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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