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구중학교 학부모 모임 ‘아버지회’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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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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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분 ‘바짓바람’… 아이들은 신바람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구중학교에서 이 학교 아버지회 회원들과 학생들이 모여 체육대회 개막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신구중 아버지회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구중학교에서 이 학교 아버지회 회원들과 학생들이 모여 체육대회 개막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신구중 아버지회
2일 오후 2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구중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서 축구공을 사이에 두고 20여 명이 두 줄로 섰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가량은 중학생이 아닌 40대 초중반의 ‘아저씨’ 들이었다. 신구중학교 ‘아버지회’가 아이들과 함께 체육대회를 연 것. 아버지회는 이 학교 학생들의 아버지로 구성된 학부모 모임이다.

신구중 아버지회는 올해 3월 처음 생겼다. “아버지도 자녀 교육과 학교 생활에 관심을 가져야 공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 김평배 교장이 아버지들을 직접 설득했다. 처음 20명으로 시작했지만 6개월 만에 회원이 50명으로 늘었다.

아버지들은 일단 자녀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기준 아버지회 회장은 “아침 일찍 직장에 출근하면 아이들과 하루에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치기 힘든 때가 많아 대화를 하기 매우 힘들다”며 “이 때문에 아버지회를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체육대회도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기획한 행사다. 최근에는 학생들과 산행을 하거나 대학 교수를 초청해 아버지와 자녀들이 함께 듣는 과학교실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번 학기에는 정신과 전문의를 초청해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강의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버지회 활동을 하는 가정의 어머니들도 “(남편이) 아버지회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아이와 대화도 자주 하고 아이 교육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에 다니는 아버지들의 전문성을 살려 학생들이나 학교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과 대화하다가 “밤에 학교 주변이 어둡다”는 ‘제보’를 들은 아버지회에서는 조명 분야에서 일하는 회원들이 중심이 돼 구청 등 관계기관에 가로등 밝기를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이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는 강연도 계속 준비할 예정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매달 한 번 모임을 열고 행사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지만 아버지의 ‘애정’에 목말랐던 학생들은 더 시간을 내달라는 ‘투정’을 부리는 모양이다. 이 학교 학생회장인 최지훈 군(14)은 “아버지회 행사를 통해서 아버지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이런 행사가 자주 열리면 학생들끼리도 더욱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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