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서울평화상, 베네수엘라 ‘빈민 청소년 오케스트라’ 창설 아브레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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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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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30만명 ‘폭력과 범죄’ 유혹서 구해

아브레우 박사
아브레우 박사
20년째를 맞은 제10회 서울평화상이 ‘예술을 통한 나눔과 공존’에 주어졌다.

서울평화상위원회는 올해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시스테마’(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 창설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72·사진)를 선정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엘시스테마는 빈곤층을 포함한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제공하고 오케스트라 훈련을 실시하는 프로그램. 이철승 서울평화상 위원장은 “청소년들을 폭력과 범죄로부터 구해내고, 오케스트라의 화합 협동 단결의 가치를 청소년과 사회구성원에게 전파해왔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엘시스테마는 오늘날 베네수엘라의 미래와 가능성을 나타내는 문화사회적 아이콘이다. 열네 살짜리 청소년이 열한 살짜리 어린이에게, 열한 살짜리가 여덟 살짜리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이들은 지역 악단에서 화음을 맞춘다. 참가자 중 약 60%는 빈민층이다. 마약과 폭력에 빠져들 수도 있었던 청소년이 관현악에 몰두하면서 삶의 목표와 의미를 찾는다. 전국 200여 개 지부에서 30여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150여 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70여 개의 유년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엘시스테마도 시작은 보잘것없었다. 1975년 아브레우 박사는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 청소년 11명을 모아 악기를 사주고 관현악 합주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해 4월 외교부 청사에서 노동절 기념 콘서트를 열고 7월 멕시코 순회연주를 하면서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기적’은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 말엔 단원이 300명을 넘었고, 지역별 연령별로 독립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구성한 오케스트라는 남미 독립운동 영웅의 이름을 따서 1978년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명칭을 바꿨다. 오늘날 엘시스테마 출신의 구스타보 두다멜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이 오케스트라는 영국 BBC ‘프롬스’ 등 해외 음악축제 출연을 비롯해 세계를 누비며 힘과 열정이 넘치는 연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이를 본뜬 ‘엘시스테마 열풍’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엘시스테마의 이름을 딴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9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구로구가 손잡고 어린이 교향악단 창설 계획을 밝히는 등 한국판 엘시스테마 논의도 활발하다. 이에 앞서 8월에는 엘시스테마의 성공요인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취재, 분석한 책 ‘엘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푸른숲)가 출간됐고 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엘시스테마’도 개봉됐다.

아브레우 박사는 카라카스의 음대에서 조교수와 대작곡가 타이틀을 받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유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 그는 서울평화상위원회를 통해 “빈곤층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 한 노력이 인정받은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 달 27일 서울에서 열린다. 아브레우 박사에게는 상장과 상패, 20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시스테마’ 창설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엘시스테마는 음악의 영역을 넘어 베네수엘라인들의 성취의욕을 높인 사회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제공 서울평화상위원회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시스테마’ 창설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엘시스테마는 음악의 영역을 넘어 베네수엘라인들의 성취의욕을 높인 사회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제공 서울평화상위원회


서울평화상 역대 수상자

1회 1990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2회 1992년 조지 프랫 슐츠(전 미국 국무장관)
3회 1996년 국경없는 의사회
(MSF·국제의료구호조직)
4회 1998년 코피 아난(유엔 사무총장)
5회 2000년 오가타 사다코(유엔 난민고등판무관)
6회 2002년 옥스팜(Oxfam·국제구호단체)
7회 2004년 바츨라프 하벨(전 체코 대통령)
8회 2006년 무함마드 유누스(그라민은행 총재)
9회 2008년 수잰 숄티(미국 디펜스포럼 회장)
10회 2010년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엘 시스테마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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