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이 남자가 사는 법’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 스테이트 오픈 댄스스포츠 챔피언십 결승에서 역동적인 볼룸댄스를 선보이는 장세형(오른쪽)-장아델 씨 부부. 대회를 앞두고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한다는 장 씨 부부는 이 대회에서 볼룸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제공 파크웨스트

장세형(왼쪽)-장아델 씨 부부가 22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장아델 씨는 영국인이지만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잘 만든다”며 활짝 웃었다. 김동욱 기자

세계댄스스포츠 선수권 첫 3관왕 장세형 씨 부부
19종목 댄스 소화 세계 유일… “지도자 양성이 꿈”

태권도가 인생의 전부였던 사내가 있다. 좀 더 재미있는 수업을 하고 싶어 레크리에이션 강좌를 들었다. 그러면서 우연히 댄스스포츠를 접했다. 태권도에선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을 알았다. 점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했다. 큰 무대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 스물세 살의 젊은 청춘은 그렇게 미국으로 떠났다. 장세형 씨(36) 얘기다.

○ 한 달은 아르바이트, 한 달은 댄스

장 씨는 뉴욕에서 태권도 사범과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하며 돈을 벌었다. 먹고살기 위해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 한 달은 돈을 벌고 한 달은 댄스스포츠 수업을 듣는 생활을 몇 년간 반복했다.

그는 뉴욕대 교육대학원에서 댄스교육학을 공부했다.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댄스 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싶었다. 댄스스포츠 학원을 운영하며 미국에 사는 한국인과 다른 인종, 민족들 간에 문화적인 이질감이 없어지길 바랐다. 2003년 뉴욕타임스는 그를 두고 “댄스스포츠를 통해 세계인의 문화적 이질감을 없애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영국인 부인 만나 댄스 인생 만개

장 씨는 지난해 댄스 파트너였던 영국인 장아델(아델 해먼드) 씨(25)와 결혼했다. 아델 씨는 “춤으로 그를 알게 됐다. 무엇보다 그의 열정이 좋았다”고 말했다.

장 씨 부부는 결혼한 뒤 탄탄대로를 달렸다.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열린 세계 아메리칸 스타일 선수권대회에서 리듬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국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라틴, 볼룸댄스 등에서 3관왕에 올랐다. 대회 역사상 3관왕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장 씨는 “대회를 앞두고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 10시간씩 연습했다”며 “무리한 연습을 한 탓에 아내가 시합 도중 실신해 4시간 동안 깨어나지 못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 댄스스포츠 지도자 양성이 꿈

장 씨 부부는 현재 인터내셔널과 아메리칸 스타일 19개 댄스를 소화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커플이다. 장 씨는 “특정 종목만 하는 선수가 많은데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힘이 들어도 모든 종목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최근 미국 생활을 접고 국내에 정착했다. 전문 지도자가 되기 위해 성균관대에서 무용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다음 달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 프로페셔널 10댄스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한다. 지원금이 없어 사비로 출전한다. 그는 “댄스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장 씨는 2세가 태어나면 댄스스포츠를 가르칠 것이라고 했다. 그의 꿈은 하나 더 있다. “뉴욕대 교수님이 댄스스포츠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라며 한국행을 추천했어요. 제대로 된 댄스스포츠 지도자를 양성해 댄스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댄스스포츠 종류

△인터내셔널 스타일

―라틴 5종목: 차차차, 삼바, 룸바, 파소도블레, 자이브

―볼룸 5종목: 왈츠, 탱고, 폭스트로트, 비엔나왈츠, 퀵스텝

△아메리칸 스타일

―리듬 5종목: 차차차, 룸바, 볼레로, 스윙, 맘보

―스무드(볼룸) 4종목: 왈츠, 탱고, 폭스트로트, 비엔나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