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품에서 연주자 감수성 깨어나죠”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음악대안교육 용인국제학교 가꾸는 이종선 이사장-박정덕 교장

“딴 세상 같지요? 여긴 사람과 자연이 하나 돼 전인적 음악교육을 하는 곳입니다.”

지역 교육장과 대학교수를 각각 지내며 공교육 엘리트로 살아 온 두 사람이 음악대안교육에 뛰어들었다.

경기 용인교육장을 지낸 이종선(70) 이사장과 음악실기전문대학인 국제예술전공대 교수 출신의 박정덕(43) 교장이 그 주인공.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 용인국제학교가 두 사람이 꿈을 펼치는 곳이다.

시골마을의 아담한 산자락 4000평에 위치한 학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기숙사, 연습실, 체육관 등의 건물과 생태교육을 위한 말과 곰, 사슴, 앵무새 등 50여 종의 동물은 물론 텃밭에서 자라는 각종 채소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올해 초 문을 연 이 학교는 현재 초등학생 1명, 중학생 2명, 고등학생 4명 등 모두 7명이 재학 중이다.

원하는 시간에 마음껏 연습할 수 있도록 학생 개인마다 피아노가 딸린 연습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박 교장을 포함한 3명의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며 음악을 하고, 7명의 내외국인 전공실기강사들과 12명의 일반 교과목 강사가 별도로 출강한다.

학력 인정을 위해 올해 8월에 고교 1학년 학생 3명이 고졸검정고시를 봤는데 모두 합격했다.

박 교장은 “현재 연주 실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앞으로 1, 2년 안에 놀라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과 박 교장의 다음 목표는 학생들을 줄리아드음악원 등 외국 음대나 서울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 진학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어 전문강사가 영어 등을 가르치고 있다.

2000년 8월 용인교육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이 이사장은 교정을 만들기 위해 8년간 맨손으로 산을 일궜다. 땅을 담보로 20억 원의 빚도 졌다. 편안한 여생을 지낼 법도 한데 고난을 자초한 셈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책에 나온 고사리, 두꺼비는 가르쳤지만 실물은 못 보여줬어요. 보고 느끼는 것이 참교육인데 이제나마 그 한을 푸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서울대 음대와 프랑스 국립 이지음악원을 나와 2001년부터 1년간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지휘를 맡기도 했던 박 교장은 대안교육을 위해 지난해 교수직을 그만뒀다.

박 교장은 “음정 박자만 갖고 기계적으로 하다 보니 감동은 없는 게 한국 음악교육의 현실”이라며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주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용인=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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