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위때 우리 아이들 지켜줘 고맙습니다”

  • 입력 2008년 9월 10일 02시 56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때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중고교생들이 참가하는 것을 막아줘서 고맙다”며 인테리어 업자들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의 사무실 무료 수리에 나섰다. 최영섭 ㈜미래 대표(오른쪽) 등 인테리어 업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학사모 사무실에서 학사모 회원들과 함께 보수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훈구  기자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때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중고교생들이 참가하는 것을 막아줘서 고맙다”며 인테리어 업자들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의 사무실 무료 수리에 나섰다. 최영섭 ㈜미래 대표(오른쪽) 등 인테리어 업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학사모 사무실에서 학사모 회원들과 함께 보수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훈구 기자
인테리어 자원봉사자들 낡은 ‘학사모’ 사무실 수리

“동아일보 보고 알게 된 학부모 감시단 활동에 보답”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준 게 너무 고마워서 무료로 낡은 사무실을 수리해 주게 됐습니다.”

9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사무실.

내부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서 현장감독 최영섭(50) 씨는 인테리어 자재를 나르며 “자식 교육에 걱정이 많은 학부모로서 촛불시위에 어린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참가하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며 “학사모가 ‘학부모 안전 감시단’을 구성해 촛불시위에 나온 학생들의 귀가를 권유한다는 것을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접하고 너무 고마워 이같이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원래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여름에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의 집을 수리해 주는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2006년엔 울릉도에서, 2007년엔 제주도에서 태풍으로 집이 크게 훼손된 저소득층을 위해 땀을 흘렸다.

그러나 올해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아 학사모 사무실을 수리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최 씨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다니는 자녀, 조카가 있다”며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는 장소에 아직 판단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이 나간다는 건 문제가 있다. 특히 청소년들을 시위 현장에 나오게 자극하는 건 더더욱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사모에 대한 최 씨의 오해로 인해 이 자원봉사가 무산될 뻔하기도 했다. 학사모의 고진광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촛불시위 관련 방송 보도에 자주 비치자 최 씨는 학사모를 촛불시위 지지 단체로 오해했던 것이다.

최 씨는 “원래 ‘교복값 내리기 운동’ 같은 학사모의 생활밀착형 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너무 낡아서 어떻게든 사무실을 수리해주고 싶었다”며 “그러나 방송에 자꾸 나오는 것을 보고 촛불시위 지지 단체로 오해했고 사무실을 고쳐주겠다는 생각도 바꿨었다”고 웃었다. 최 씨는 학사모에 전화를 걸어 “왜 시위에 참가하느냐”고 항의했고 통화 도중 학사모의 설명을 듣고 오해를 풀게 됐다.

한편 학사모는 9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52) 씨로부터도 책상, 의자, 책장 등을 기증받았다. 이 씨는 “촛불시위 때 학사모가 우리 부모들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 준 것이 고마워 인테리어 용품을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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