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일어나도 디자인을 멈추면 안된다”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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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여왕’은 달랐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안나 몰리나리(사진) 씨는 팔에 장미 문신을 하고 나타났다.

“7년 전보다 한국 여성들 패션이 세련되어졌다”는 말을 할 때는 까무잡잡한 피부가 실룩거렸다. 여전히 정력적인 그녀가 패션업계에 뛰어든 지 올해로 30주년. 1977년 남편과 함께 장미를 주제로 한 여성 패션 브랜드 ‘블루마린’을 시작했으며 한국에 매장을 낸 지 10년이 됐다. 그는 26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기념 패션쇼를 연다.

“내 작품들은 작고 사랑스러워요. 저를 비롯해 키가 크지 않은 사람들, 특히 동양인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이탈리아인들이 갈색 머리가 많아서 그에 맞는 색으로 디자인하다 보니 더욱 그렇고요.”

블루마린은 톡톡 튀는 디자인과 소녀적인 감성이 특징이다. 블루마린 외에도 ‘안나 몰리나리’ ‘블루걸’ 등의 브랜드가 있다. 세계에 100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으며 한국에는 서울 부산 등에 9개 매장이 있다. 30년간 인기를 얻은 비결을 묻자 ‘가족경영’ 이야기를 꺼냈다.

“30년 동안 가족이 함께 해 왔고 디자이너도 초창기 멤버들이 그대로 있어요. 패션은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것이 30년 전통을 이어 가는 길이죠.”

지난해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아들 잔구이도 타라비니가 회사의 경영권을 이어받았고 딸 로셀라는 안나 몰리나리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몰리나리 씨는 “일곱 살 손녀도 요새 패션에 대해 논한다”며 웃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도 디자인은 멈추면 안 된다”고 패션 철학을 밝혔다. ‘깐깐한 시어머니’ 같은 그의 패션 얘기는 ‘옷 잘 입는 방법’에서도 이어졌다.

“늘 거울을 가까이하고 자신의 몸매를 고려해라, 너무 어지럽게 입지 말고 포인트는 작게 하나만 줘라, 무조건 톱 모델을 따라 입지 마라.”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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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촬영 : 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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