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 연구소.
이곳의 해리 셤(39) 연구소장은 ‘한국의 천재 소년’ 송유근(9) 군을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았다.
13세에 중국 난징(南京)대에 입학한 후 홍콩대(전자공학 석사)와 미국 카네기멜론대(컴퓨터공학 박사)를 다닌 셤 소장은 이제는 성인이 된 ‘중국의 천재 소년’. 올해 3월에 9세 나이로 인하대 자연과학계열에 입학한 송 군보다 서른 살 많다.
이번 만남은 송 군의 ‘천재성’에 관심을 갖고 있는 MS 측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셤 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난 어려서부터 대학 기숙사에 사느라 가족과 떨어져 지냈어요. 동급생들과 나이 차가 많아 철저히 혼자였죠. 나보다 4년 먼저 대학에 들어간 리틀 송은 더 외로울 것 같아요.”
송 군은 아직 영어로 대화할 수준은 아니어서 통역을 필요로 했다.
“그럼 소장님은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제 나이로 돌아간다면 뭘 하시겠어요?”(송 군)
“하하. 아마 또래 친구들과 축구를 할 거예요. 천재도 사람들과 어울려야 합니다. 긴 인생에 빨리 갈 필요 없어요. 여유를 갖고 느리게 재미있는 것들을 찾으세요.”(셤 소장)
송 군이 “대학 동급생 형, 누나들이 나만 빼놓고 술 마시러 간다”고 말하자, 셤 소장은 “그들이 맥주를 마시면 리틀 송은 따라가 오렌지 주스라도 마셔라”고 했다. ‘천재급’ 연구원 200명이 모인 MS아시아 연구소에 송 군과 같은 10대의 중국 천재들이 들어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것을 염두에 둔 충고였다.
송 군의 어머니 박옥선(47) 씨는 진작부터 셤 소장과 같은 생각으로 이미 대학생이 된 송 군을 1주일에 한 번씩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보내 예체능 교육을 받게 한다.
송 군은 또 40대 연구원들이 모이는 음악 동아리에서 드럼도 연주한다. 1977년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그곳에서 연주하는데, 이 노래는 그가 태어나기 20년 전 곡이다.
이렇듯 아이와 어른 사이를 넘나드는 그는 지난 1학기에 4.5점 만점에 평점 3.8점(B+)을 받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냈다. 영어회화는 아직 어렵지만 영한사전을 찾아가며 영어로 된 과학서적들을 읽어냈다.
셤 소장은 송 군과 작별하며 티셔츠를 선물했다. 셤 소장이 직접 디자인한 그 옷에는 ‘열심히 일하라, 더 열심히 즐겨라(Work hard, play harder)’란 문구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다.
베이징=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해리 셤 소장은
1967년 중국 베이징 출생
1980년 13세에 중국 난징대 입학
1990년 홍콩대 전자공학 석사
1996년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 박사
1996년 MS 미국 시애틀 연구소 입사
2003년∼현재 MS 아시아 연구소장
● 송유근 군은
1997년 경기 구리 출생
2004년 8월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취득
2004년 11월 인천 심석초등학교 입학
2005년 2월 심석초등학교 졸업
2005년 8월 고졸검정고시 합격
2006년 9세에 인하대 자연과학계열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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