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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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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는 문자나 숫자를 흑백 막대모양 기호로 조합한 것. 이것을 광학식 마크 판독장치로 읽으면 제품의 정보가 자동 입력된다. 바코드의 도입으로 소비자가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줄었고 업자는 상품의 재고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한국도 1988년 국가코드 ‘880’을 부여받아 사용하고 있다.
빛을 통해서만 읽어 낼 수 있는 바코드는 유통혁명뿐 아니라 삶에 다양한 변화를 몰고 온 시대의 기호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바코드를 찍는 순간 ‘무슨 제품, 어떤 디자인이 잘 팔린다’는 정보가 즉각 제조회사에 전달돼 유행의 흐름을 더욱 빨리 생산에 반영할 수 있다. 조리 정보가 등록된 상품 바코드를 읽어 자동으로 조리하는 오븐도 등장했다.
모방과 복제의 시대에 바코드는 진짜를 식별해 주는 증명서다. 문서의 위조, 변조를 막기 위해 전자문서에 바코드를 부착한 판결문도 나온다.
반면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는 치졸한 수단으로도 쓰인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학생증에 바코드를 입력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에 바코드는 진화를 거듭해 ‘슈퍼 바코드’로 불리는 무선인식(RFID)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RFID는 초소형 전자 칩을 무선주파수로 판독하거나 추적할 수 있는 기술. 바코드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으며 여러 개를 동시에 읽을 수 있다.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의 신분 확인, 인공위성과 연계한 위치 추적에도 쓰인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민간 보안업체인 시티워처는 아예 직원들의 오른팔에 전자 칩을 이식해 판독 범위를 실험하는 모험까지 했다. 사생활 침해의 위험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이제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처럼 “넌 누구냐” 하고 물을 필요도 없게 됐다. 간편하지만, 상대를 조금씩 알아 가는 즐거움은 사라져 간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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