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치료 위해 印尼의료지원단 찾은 무지라르조 씨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반툴에 사는 무지라르조 씨는 3년간 한국에서 일해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과 가게가 지진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큰 슈퍼마켓을 차리겠다는 꿈을 날렸다. 그가 ‘한국-인도네시아 사전’을 보고 있다. 반툴=박영대 기자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반툴에 사는 무지라르조 씨는 3년간 한국에서 일해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과 가게가 지진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큰 슈퍼마켓을 차리겠다는 꿈을 날렸다. 그가 ‘한국-인도네시아 사전’을 보고 있다. 반툴=박영대 기자
“한국에서 번 돈으로 잘살아 보려고 했는데….”

7일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반툴에 마련된 고려대의료원-동아일보 공동 구성의 인도네시아 긴급 의료지원단 진료소. 이곳에서 만난 무지라르조(32) 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줄담배를 피웠다.

그는 지난달 27일 강진 때 다친 여동생 스리루스타리(27) 씨와 함께 진료소를 찾아왔다. 벽돌에 맞아 뒷머리가 3cm가량 찢어진 스리루스타리 씨는 12일째 치료를 받지 못해 상처가 곪아 가고 있었다.

무지라르조 씨는 1998년 인천 남동구의 한 액화석유가스(LPG) 회사에 취직해 3년 동안 일했다. 그는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저축한 끝에 집 한 채와 조그만 가게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았다.

2001년 고향 반툴에 돌아온 그는 ‘내 집 장만’에 성공했다. 집 근처에 조그만 식료품 가게도 열었다. 돈을 더 모아 큰 슈퍼마켓을 여는 것이 그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꿈이 사라졌다. 강진으로 집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무지라르조 씨는 서툰 한국어로 “집을 복구하긴 어렵고 새로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가게는 절반가량 부서졌다.

무지라르조 씨는 머리와 허리 등에 중상을 입은 부모를 시내의 한 병원으로 옮겼다.

그는 “부모님 병원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집까지 짓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없어 가게를 다시 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지원단의 통역 자원봉사에 나선 가자마다대 한국어과 3학년인 피트리(21·여) 씨도 이번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는 피해를 봤다.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피트리 씨는 “내 집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네 주민들이 진료를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통역 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의료원 의료지원단의 활동을 지켜보는 주민들이 한결같이 ‘한국인은 모두 착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의료지원단은 이날 진앙인 해안 쪽에 가까운 반툴 지역의 푼동으로 진료소를 옮겼다. 지진의 충격이 가장 컸던 푼동에는 무너진 집 사이에 텐트를 치고 누워 있는 부상자가 많았다.

윤도경(고려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장) 의료지원단장은 “치명적 상처를 입은 환자는 대부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심한 타박상을 입고도 방치된 주민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욕야카르타=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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