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부모 모신 납골당 찾아 ‘눈물의 성묘’

  • 입력 2005년 11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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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몸이 돼 한국을 찾은 로버트 김 씨(왼쪽)가 7일 부모의 유골이 안치된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봉리 영모묘원에서 어머니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익산=연합뉴스
자유의 몸이 돼 한국을 찾은 로버트 김 씨(왼쪽)가 7일 부모의 유골이 안치된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봉리 영모묘원에서 어머니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익산=연합뉴스
“부모의 임종을 보지 못한 불효자 장남 채곤이가 이제야 왔습니다.”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해 풀려난 로버트 김(김채곤·65) 씨가 7일 오전 부모의 유골이 안치된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봉리 원불교 공원묘지인 영모묘원을 찾았다.

김 씨의 아버지인 고 김상영(전 한국은행 부총재) 씨는 큰아들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뛰다 석방을 보지 못한 채 지난해 2월 90세를 일기로 숨졌고 어머니 황태남 씨도 4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김 씨는 이날 부인 장명희(61) 씨와 동생인 김성곤(53) 열린우리당 의원, 기밀을 넘겨받은 백동일 예비역 해군대령, 후원회원 등 10여 명과 함께 서울을 출발해 오전 10시 45분경 묘원에 도착했다.

묘원 사무실에 들른 김 씨는 동생 성곤 씨에게서 부모의 유골을 납골당에 모신 경위를 듣고 관리소가 부친의 납골묘 번호(320번)가 적힌 대장을 보여 주자 눈시울을 적시며 기록을 꼼꼼히 살폈다.

김 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교도소에 있어 장례식에 아내만 참석했다”면서 “당시 교도소에서 일을 나가지 않고 종일 감방에 있었는데 시간이 너무나 길어 고통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김 씨는 유해가 안치된 납골당에서 분향 헌화한 뒤 대법당에서 원불교 추도식에 참석했다.

추도식에서 그는 부모의 영정을 번갈아 어루만지며 “아버님의 가르침이자 가훈인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가슴에 묻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배를 마친 김 씨는 익산시 신용동 원불교 중앙총부를 방문해 최고 지도자인 이광정(李廣淨) 종법사를 예방하고 후원 음악회를 열어 지원해 준 원불교 교단과 관계 인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날 익산 시내 거리에는 ‘로버트 김의 익산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익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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