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해 풀려난 로버트 김(김채곤·65) 씨가 7일 오전 부모의 유골이 안치된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봉리 원불교 공원묘지인 영모묘원을 찾았다.
김 씨의 아버지인 고 김상영(전 한국은행 부총재) 씨는 큰아들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뛰다 석방을 보지 못한 채 지난해 2월 90세를 일기로 숨졌고 어머니 황태남 씨도 4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김 씨는 이날 부인 장명희(61) 씨와 동생인 김성곤(53) 열린우리당 의원, 기밀을 넘겨받은 백동일 예비역 해군대령, 후원회원 등 10여 명과 함께 서울을 출발해 오전 10시 45분경 묘원에 도착했다.
묘원 사무실에 들른 김 씨는 동생 성곤 씨에게서 부모의 유골을 납골당에 모신 경위를 듣고 관리소가 부친의 납골묘 번호(320번)가 적힌 대장을 보여 주자 눈시울을 적시며 기록을 꼼꼼히 살폈다.
김 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교도소에 있어 장례식에 아내만 참석했다”면서 “당시 교도소에서 일을 나가지 않고 종일 감방에 있었는데 시간이 너무나 길어 고통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김 씨는 유해가 안치된 납골당에서 분향 헌화한 뒤 대법당에서 원불교 추도식에 참석했다.
추도식에서 그는 부모의 영정을 번갈아 어루만지며 “아버님의 가르침이자 가훈인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가슴에 묻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배를 마친 김 씨는 익산시 신용동 원불교 중앙총부를 방문해 최고 지도자인 이광정(李廣淨) 종법사를 예방하고 후원 음악회를 열어 지원해 준 원불교 교단과 관계 인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날 익산 시내 거리에는 ‘로버트 김의 익산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익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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