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한국 입양아 100여명 친부모 상봉시킨 얀센 씨

  • 입력 2005년 10월 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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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된 한국 어린이가 모국에서 친부모를 만나게 하는 일이 힘들지만 가슴 뿌듯합니다.”

벨기에에서 한국 입양아의 친부모 찾아주기 활동을 하는 몰리 얀센(62·여·사진) 씨가 6일 대구를 찾았다. 그는 이날 대구에서 자신이 데리고 온 입양아 2명의 가족 상봉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 입양아 11명과 함께 4일 방한한 그는 입양아의 가족이 사는 것으로 보이는 도시를 차례로 찾아다니는 중이다.

그는 1975년 5세짜리 한국 남자 어린이를 입양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내가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결혼한 뒤 남보다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두 명 낳고 보니 셋째는 입양을 해도 좋을 것 같아 한국 어린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얀센 씨는 1976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국-벨기에 우정협회를 만들어 한국 입양아를 벨기에 가정과 연결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한국 여자 어린이를 입양해 네 아이의 엄마가 됐다.

한국 어린이의 벨기에 입양이 금지되자 그는 1992년부터 벨기에에 사는 한국 입양아의 뿌리 찾기에 나섰다. 지금까지 한국 입양아 100여 명의 친부모 상봉을 주선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노래는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입니다. 벨기에의 한국 입양아들이 친부모를 만나 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게 저의 작은 꿈입니다.”

그는 “한국 입양아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김치 담그는 법은 물론 어른에게서 두 손으로 물건을 받는 한국의 전통 예절을 익혀 입양아에게 가르칠 정도가 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자신이 키우는 두 한국 어린이는 입양 당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친부모를 찾아주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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