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험 전설’그린버그 AIG회장 회계부정 연루 불명예 퇴진

  • 입력 2005년 3월 1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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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보험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모리스 그린버그(79·사진) AIG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불명예 퇴진했다.

AIG 이사회는 그린버그 회장이 CEO 직에서 사임했으며 마틴 설리번 부회장이 신임 CEO에 선출됐다고 14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 미국 검찰 당국이 AIG에 대한 보험입찰 담합과 회계부정 조사를 시작하면서 줄곧 사임 압력을 받아 온 그린버그 회장은 “‘내가 세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면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4일 보도했다. AIG는 1919년 미국의 젊은 사업가 코르넬리우스 스타가 중국 상하이(上海)에 설립했으며 동아시아 정치 불안이 고조되던 1939년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다.

그린버그 회장은 직접 AIG를 설립하지는 않았지만 AIG의 성공을 일궈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1960년대 초 AIG가 소형 보험회사였을 때 중간관리자로 입사한 그는 1967년 CEO 직에 오른 뒤 특유의 공격적 경영으로 AIG를 세계 최대(자산 기준, 2004년 말 현재 813억 달러)의 보험사로 키워냈다.

그는 다른 보험사들이 투자수익에 의존할 때 보험상품 판매에서 수익을 끌어내는 경영전략으로 보험업에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또 2001년 아메리칸제너럴 생명보험을 230억 달러에 사들이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구사했으며,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해 세계 130개국에 영업망을 구축했다.

젊은 시절 6·25전쟁에 참전해 동성(銅星)무공훈장을 받은 그는 대표적인 지한(知韓)파 기업인으로 한미 재계회의 미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AIG 부정거래 조사를 벌이고 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뉴욕 검찰이 이달 초 그린버그 회장에게 소환장을 발부하자 월가에서는 그의 사임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는 회장 직은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CEO 직에서 물러난 이상 경영 실무에는 관여할 수 없게 됐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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