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선 前법무부기획실장 “좋은자리보다 삶의 의미 찾아”

  • 입력 2005년 3월 1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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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은 말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끝들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이었다’고.

검찰에서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꼽혀온 간부가 갑작스레 사표를 냈다. 김회선(金會瑄·50·사진)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후배들은 그가 검사생활을 끝낸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 받았지만 그는 “새로운 시작”이라며 웃는다.

과거에도 유능한 검사들이 갑작스럽게 그만둔 적은 있었다.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거나 인사에 대한 섭섭함 등이었다.

그러나 김 실장은 좀 다르다. 검찰에서는 그가 4월 초 인사에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갈 것이라는 데 거의 이견이 없었다.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다루는 핵심 요직. 검찰국장을 마치면 대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간다.

한 후배는 “고지(高地)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는데 왜 그만 두느냐”고 물었다. 그는 “좋은 자리 다하고 떠나면 의미가 달라진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는 “1955년 생으로 25세에 검사가 됐고 그 후 25년간을 검사로 일했다”며 “앞으로 25년은 좀 다른 일을 하면서 보람 있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퇴임 후 진로에 대해서는 “로펌 등과 얘기를 하고 있는데 좀 쉬면서 천천히 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1980년 사법연수원(10기)을 마친 뒤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대검찰청 연구관, 법무부 검찰 2과장, 서울지검 1, 3차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해 서울서부지검장 시절에는 매주 토요일을 ‘캐주얼 데이(평상복을 입는 날)’로 정하고 매달 한 차례 ‘가정의 날’을 만드는 등 ‘부드러운 검찰문화’를 이끌었다.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김 실장의 사표 얘기를 듣고 한동안 말이 없다가 “축하한다”며 깊은 포옹을 하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고 한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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