뗏목탐사대 방의천 대장 “기상 예측못해… 국민심려 죄송”

  • 입력 2005년 2월 2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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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들이닥친 뒤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서 이틀 반 동안 선 채로 대원들끼리 껴안고 체온을 유지하며 버텼습니다.”

22일 해양경찰청 경비함 삼봉호에 극적으로 구조된 ‘발해 2005호’의 방의천 대장(45)은 삼봉호 선상에서 본보와 가진 위성전화 인터뷰에서 “대원들 모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18일 출항해 거친 파도 사이를 곡예하듯 아슬아슬하게 헤쳐 가던 발해호는 결국 19일 오후 5m 높이의 집채만한 파도를 정면으로 맞고 바다 속에 잠겼다. 부력으로 다시 떠올랐을 때는 선실 내에 있던 식량과 장비 등 모든 것이 유실된 상태였다.

“1998년부터 탐사에 대비해 각종 해상훈련 등을 꾸준히 해 성공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높은 파도가 덮쳐 뗏목이 파손되고 음식물 등이 모두 유실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해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하필이면 겨울철에 안전대책 없이 단독 항해에 나섰느냐는 질문에 방 대장은 “발해시대 때 교역은 주로 겨울에 이뤄졌으며, 무동력 뗏목에 매단 돛에 의존해 일본 니가타로 가려면 동해상에 북서풍이 부는 겨울철이 가장 적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탐험은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1997년 뗏목을 타고 단독 운항에 나섰다 숨진 4명의 도전에 끝을 맺고 싶었다. 그들도 겨울에 출항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동해 먼바다를 포함한 항로는 겨울철에 초속 20m의 돌풍이 불고 높은 파도가 치는 등 기상변화가 심해 해경 선박도 14일부터 파도를 피해 안전한 곳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였다”며 “뗏목 단독 운항은 목숨을 건 무모한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또 대원 가운데 연정남 씨(20)가 울릉도 독도를 뗏목으로 답사한 경험을 제외하면 항해전문가가 없었으며, 9일 뗏목 예인 과정에서 예인선과 뗏목을 잇는 줄이 풀어지는 등 기술적인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방 대장은 “뗏목 전문가는 따로 없다”며 “그러나 파도가 덮칠 것을 예상해 선실을 좀 더 높게 만들지 못한 점이 후회가 되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번 탐사는 발해뗏목탐사추진위원회(위원장 김원웅·金元雄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주최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탐사대원 4명 표류 58시간만에 모두 구조▼

옛 발해 시대의 해상 교역로 탐사에 나섰다가 조난한 무동력 뗏목인 ‘발해 2005호’에 타고 있던 탐사대원들이 표류 58시간여 만에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해양경찰청은 22일 오전 4시경 독도 북방 237해리(약 438km) 러시아 해역에서 해경 경비함 삼봉호(5000t급)가 뗏목에 타고 있던 탐사대원 4명을 모두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손과 발 등에 동상을 입었으나 건강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18일 오후 러시아 포시에트항을 출발한 뗏목탐사대는 19일 오후 5시 40분경 해경과의 교신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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