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앞둔 백발의 학구열

  • 입력 2005년 2월 16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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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때 별명대로 진짜 교수 됐어요”▼

■ 숭실대서 경영학박사 성준경씨

“이제 진짜로 제 강의 한 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2005학년도 숭실대 최고령 졸업자인 성준경(成俊慶·69·KR&C 회장·사진) 씨의 표정에는 일흔을 앞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자신감과 박력이 넘쳤다.

성 씨는 18일 열리는 졸업식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는 동시에 이 대학 경영학과 겸임교수로 임명돼 오랫동안 소망했던 강단에도 서게 된다. 이번 학기부터 회계정보시스템과 경제학개론 등 두 과목을 강의하게 된 것.

그는 입학 때부터 별명이 ‘교수’였다. 당시 희끗희끗한 머리에 정장차림으로 첫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20대 중·후반의 동급생들에게 교수로 오인돼 붙은 별명.

성 씨는 “이제 진짜 교수가 돼 강단에 서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1963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조사부 과장, 한미은행 전무 등으로 3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그에게 학업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겨준 것은 그의 오랜 친구인 송자(宋梓) 당시 명지대 총장이었다.

송 전 총장은 성 씨에게 “다양한 삶의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해 주지 않고 세상을 떠나는 것도 큰 과오”라고 조언했다. 이에 성 씨는 곧바로 대학원에 등록했고 1년에 100여 권의 책을 독파하는 열성으로 대학원에 입학한 지 4년 만에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쳤다.

성 씨는 “나이 어린 학생들과 공부한 것이 그들이 원하는 강의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석의 기쁨보다 7년개근 더 뿌듯”

■ 중앙대서 경영학박사 홍종성씨

일흔을 앞둔 노인이 중앙대에서 최고 점수로 박사학위를 받게 돼 화제다.

18일 2005학년도 중앙대 졸업식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는 홍종성(洪鍾聲·69·사진) 씨는 평점 4.5점 만점에 4.43점으로 박사학위 취득자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그는 2001년 이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을 때도 만점을 받아 학교 전체 석사과정 수석졸업의 영예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홍 씨는 “수석졸업보다 1998년 다시 학업을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수업에 빠지지 않고 개근했다는 데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석·박사 과정 7년 동안 주 3, 4회씩 자택인 강원 동해시에서 서울까지 통학했다. 홍 씨는 “처음에는 ‘결석하는 날이 죽는 날’이라 생각했던 것이 어느 날부터는 오가며 책을 읽고 문제풀이에 몰입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1962년 이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지 36년 만에 다시 학업을 시작한 것은 직업상 느끼던 심적 부담이 계기였다. 홍 씨는 지난해 7월까지 동해시 동해대의 재단 상임이사로 근무하면서 교수 임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박사 출신 후보들의 자질을 점검하기에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는 것.

홍 씨는 “물론 학력이 사람의 인품이나 직업의 한계를 결정짓던 시대는 지났지만 공부를 다시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며 “전공인 인사조직전략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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