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지리산 희생자 추도 ‘1000일 기도’ 끝낸 도법스님

  • 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09분


11일 전북 남원시 실상사 담장 앞에서 1000일 기도 과정을 회고하고 있는 도법 스님. -서정보기자
11일 전북 남원시 실상사 담장 앞에서 1000일 기도 과정을 회고하고 있는 도법 스님. -서정보기자
“삶의 현장에서 생명과 평화를 가꾸는 것이 깨달음의 길이라는 점을 기도를 통해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6·25전쟁 중 지리산에서 이념 대립으로 희생된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2001년 2월 16일부터 ‘1000일 기도’에 들어갔던 전북 남원시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54)이 12일 기도를 마친다. 도법 스님은 1998년 조계종단 분규 때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사태 수습을 맡았으며 이후 승풍을 진작하기 위한 결사체로 ‘선우도량’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와 대안학교인 ‘실상사 작은 학교’를 만드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온 불교계 중진.

그는 1000일 동안 산문(山門)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 4차례에 걸쳐 5∼8시간씩 기도했다.

“‘힘과 이익의 논리’에 희생된 모든 이들에 대한 기도였습니다. 그러나 기도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 논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가 화두로 남아 있습니다. 소득이 있었다면 생명과 평화를 위한 ‘지리산 평화결사’를 만들게 된 것이지요.”

‘지리산 평화결사’는 김지하 시인, 이세중 환경연합 공동대표, 이병철 녹색연합 공동대표, 이종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노고단 기도회 소속 여성종교인 등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15일 오후 2시 실상사에서 창립식을 갖는다.

“평화는 객관적 실재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시작해야죠. 북한 핵문제부터 남남 갈등까지 평화의 논리가 정착되는 활동을 펼치겠습니다.”

그는 불교계 최대 현안인 북한산 관통도로나 경부고속철도의 천정산 통과 등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조건부 양보’를 제안했다.

“정부측이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종교 시민 단체들도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지 공사가 진행된 일부 사안은 양보하겠다’는 식으로 갈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입니다.”

그는 올해 말 실상사 주지를 그만둔 뒤 평화운동의 하나로 수경 스님과 함께 ‘평화탁발순례’를 펼칠 예정이다.

“탁발은 무소유의 표현이자 중생에게 보시 공덕을 쌓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화를 나눠주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밥 대신) ‘평화의 마음을 내 놓으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우선 지리산 인근을 돌면서 청년 종교단체들을 만나 평화에 대해 대화할 생각입니다. 이제 유랑객승이 되는 거죠.”

남원=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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