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의약투쟁 맞수 원희목-주수호씨 '새로운 변신'

  • 입력 2003년 5월 19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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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으로 의료계가 파업에 들어가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의약정(醫藥政) 대화가 한창이던 2000년 10월30일. 마라톤회의 도중 대한약사회 원희목(元喜睦) 총무의 입이 갑자기 돌아갔다. 밤낮 없는 협상으로 피로가 누적돼 안면 마비 증세가 온 것.

원씨가 병원에 실려가자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의 주수호(朱秀虎) 대변인은 후배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잘 돌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약분업 사태 당시 약계와 의료계의 주요 당사자였던 원씨와 주씨가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원씨는 자신의 개인적인 일화를 포함해 의약분업 시행 과정의 얘기를 담은 저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최근 출간했다. 또 원씨를 위해 후배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던 주씨는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에서 물러나 19일 자신의 이름을 딴 외과의원을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다시 열었다.

서울대 약대 출신인 원씨는 30대 초반부터 약사회 일을 맡은 브레인. 서울 강남구 약사회장, 서울시 약사회 부회장, 약사회 총무, 정책기획단장을 거쳐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다.

뒤로 빗어 넘긴 꽁지머리와 턱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주씨는 2001년 11월 의쟁투 신상진(申相珍) 위원장이 의협 회장에 당선되자 공보이사로 발탁됐다.

주씨는 기자들로부터 하루에 수십통의 전화가 걸려 와도 짜증내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해 설명하는 성의를 보였다. 지난달 의협 회장 선거에서 신씨가 떨어지자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 휴대전화 대신 메스와 청진기를 잡게 됐다.

두 명 모두 타고난 친화력과 치밀한 논리가 장점이지만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는 정반대이다. 원씨는 “그동안 잘못 정리됐던 의사와 약사의 직능이 제자리를 찾아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주씨는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시키고 국민에게 불편을 준 실패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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